본문 바로가기

견제·감시 적고 신용등급 높아 … 공기업 채권 발행 7년 새 2배로

중앙일보 2010.07.21 00:30 경제 2면 지면보기
일본의 유바리시가 2005년 파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시의 공기업 부실 탓이었다. 유바리시는 1990년 지역 탄광이 문을 닫은 후 먹고살 수단을 관광에서 찾았다. 관광사업을 수행할 공사와 공단 등을 설립했는데 업무 중복과 과당경쟁, 부적절한 사업 등으로 부실해졌다. 이를 특별회계에서 메워주고, 특별회계가 부족하면 일반회계에서 빌려와 부실을 숨기는 분식회계까지 감행했다. 이 돌려막기가 들통 나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는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선 먹기 쉽다’고 곶감 빼먹듯 발행한 지방 공기업 채권이 몇 년 새 확 늘었다. 2001년 21조3136억원이던 지방공기업 부채는 2008년엔 47조3284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대부분 채권으로 조달된다. 특히 각 지자체가 개발사업을 벌이기 위해 세운 도시개발공사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빚을 내 사업을 벌이기보다 지방 공기업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사업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지방채는 행정안전부의 엄격한 한도 관리를 받는다. 반면 지방공사채는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권아영 조사관은 “지방재정에서 인건비와 복지비 등 경직성 비용을 빼면 가용 자원은 얼마 되지 않는데 주민들은 개발사업을 원하기 때문에 단체장 입장에서는 외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감시가 소홀하다고 해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채권을 마음 놓고 발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방 공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익명을 원한 자산운용사 채권 담당 매니저는 “아무리 재무구조가 나빠도 결국 지자체라는 정부가 뒤에 있기 때문에 빚을 못 받을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도 높은 편이다. 각 지역개발공사들은 대부분 신용평가회사로부터 AA+ 등급을 받는다. SH공사·경기도시공사는 AAA 등급이다. 이들의 신용등급은 3~4년 전 한두 단계씩 올랐다. 공교롭게도 빚이 확 늘기 시작하던 때다. 빚이 늘면 신용등급이 나빠져야 하는데 지방 공기업은 거꾸로였다.



지방 공기업 채권을 사들이는 기관들도 채권 발행액이 늘어나는 것을 반긴다. 그래야 골고루 나눠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고, 필요하면 내다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통시장에서도 재무구조보다 덩치를 더 중시하는 셈이다.



하지만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시장에선 다시 지방 공기업의 재무구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잘나가던 채권 발행에도 제동이 걸렸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금리가 오르자 1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무기 연기했다. 시장의 견제와 감시 기능이 강화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행정예산분석팀 김경수 분석관은 “지방 공기업의 재무구조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 주민들이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철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