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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채, 시장이 말하게 하자

중앙일보 2010.07.21 00:29 경제 2면 지면보기
폭증이라 할 만하다. 2009년 지방채무 말이다. 전년도 대비 32.9% 불어난 25조5531억원이다. 2007년 4.4%, 2008년 5.6%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인 수치다.


[스페셜 리포트] 지자체 재정 건전성 살리려면
지방채 대부분 정부에 팔거나 시민에 끼워팔기
안정성수익성 확보된 공모채 시장 확대해야

지난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지출을 독려한 결과다. 현재 시스템으론 ‘위기 발생 → 지방채 추가 발행 → 중앙정부 매입 → 채무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채를 시장에서 말하게 하자” 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의 빚이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 2008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탓이 크다. 당시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4월 “지자체도 내부 문제 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부담은 해 줘야 한다”며 “지방채 발행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지자체의 채권을 사들이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의 국공채 인수 예산은 애초 6000억원에서 4월 추경 후 4조4000억원으로 뛰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국의 첫 도시 경전철로 이달 중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경기도 용인 경전철. 적자 운행 보조금 관련 이견으로 준공 마무리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김학규 용인시장은 “경전철 등 수많은 대형 사업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방채, 어떻게 유통되나=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의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선언에서 드러나듯 지자체의 재정 상태는 좋지 않다. 그래도 성남시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67.4%로 전국 시단위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좋다. ‘엄살’이자 ‘정치 쇼’라는 비판의 근거다.



한편으론 “일시적인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을 수 있다”(김경수 국회 예산정책처 행정안전팀 분석관)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지방세 수입이 부족해 올해 당초 예산으로 인건비조차 조달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37개(55.7%)다. 올해의 지방채 발행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방채는 정부가 공자기금에서 사들이거나 도시철도공채·지역개발채권, 그리고 공모채로 구성된다. 공자기금은 사실상 지자체의 차입금이다. 지자체가 발행하면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자기금에서 사들인다. 이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기준으로 정해진다.



도시철도채권·지역개발채권은 사실상 준조세다. 시민들은 자동차를 새로 등록할 때나 각종 인허가를 받을 때 도시철도채권(서울·부산·대구·인천)이나 지역개발채권(기타 지역)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 지자체의 ‘끼워팔기’인 셈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 중인 지방채 발행 잔액 16조원 가운데 지역개발채권이 12조원, 도시철도채권이 4조원이다.



반면 시장에서 공개모집을 통해 유통되는 공모채는 지난해 서울시가 발행한 9040억원이 유일하다. 서울시 기금부채팀 박대호 주무관은 “재정자립도가 지자체 중 가장 높아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몰렸다”고 말했다.



◆시장성 강화의 걸림돌=서울시는 예외적인 경우다. 공모채 유통물량이 거의 없다는 것은 지방채엔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방채 시장의 규모를 들먹인다. 행정안전부 재정정책과 관계자는 “개별 지자체가 채권을 발행해도 워낙 규모가 작아 시장이 형성되질 않는다”며 “결국 시장에서 매력을 느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간의 시각은 다르다. 사실상 ‘정부가 다 사주고(공자기금)’, ‘끼워팔기(개발채권)’만 해도 원하는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데 굳이 공모채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여기에 위기가 닥치면 ‘변칙’도 적용된다. 지난해가 그랬다. 지자체가 지방채 발행 총액한도를 넘어 추가 발행을 원하면 정부는 채무상환비율과 예산 대비 채무비율 등을 따져 승인해 준다. 익명을 원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방채 한도에 관계 없이 추가 발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공모채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안정성 또는 수익성에서 확실한 장점을 갖춰야 한다. 덜컥 높은 이자를 내걸었다가 해당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경우 악성 부채로 이어진다.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한상우 교수는 “현행 지방채 모집 방식은 시민들에게 준조세로 작용할 뿐 투자에 대한 수익 개념이 없다”며 “사업 주체가 채권 발행부터 수익성까지 면밀히 따질 수밖에 없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원리가 도입되면 지자체의 재정 투명성도 높아질 거란 주장이 많다. 동양종금 박형민 애널리스트는 “공모채를 발행하는 과정에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게 되므로 원하지 않아도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으로 ▶주민이 자기 지역의 지방채를 구입할 경우 면세 혜택을 주고 ▶지방채 보증 기구를 만들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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