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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추쥔의 ‘뻥 축구’

중앙일보 2010.07.21 00:27 경제 15면 지면보기
<결승2국>

○·추쥔 8단 ●·쿵제 9단



제 5 보
제5보(56∼71)=백△와 흑▲가 교환되는 순간 구경꾼들 입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백△는 잘못되면 공배인데 흑▲는 요소이고 눈에 쏙 들어오는 현찰이다. 백△로는 차라리 흑▲ 자리에 두는 게 낫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1국에서 패한 추쥔에겐 이 판이 막판이다. 그 부담감이 백△ 같은 무거운 수를 만들어 냈을까.



56 찌르고 58 웅크리는 모습이 답답하다. 들여다봤으면 ‘참고도’ 백1, 3으로 끊어야 마땅하지만 흑4로 그만이다. 해서 시원하게 뻗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쿵제 9단은 59로 두텁게 이어 놓는다. 만족스럽고 편안한 모습이다. 60으로 끊어 잡아 상변 백은 살았다. 하나 그 과정은 너무 느리고 능률이 크게 떨어졌다. 모두 백△ 탓이다. 추쥔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선수를 잡아 63으로 빠져나오는 쿵제의 손길은 한결 가볍다. 사실은 흑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추쥔이 결정적인 순간 ‘뻥 축구’를 했다. 흑이 유리해진 건 아니지만 흐름이 좋다. 바람이 역풍에서 순풍으로 바뀐 것이다.



참고도
64부터 71까지는 행마의 묘미를 한껏 보여준다. 65와 66은 가볍고 70과 71은 부드럽다. 쓸데없이 힘을 쓰지 않고 조용히 중앙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백의 다음 수가 이 판의 운명을 갈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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