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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 준비한다면 이렇게

중앙일보 2010.07.21 00:15 Week& 6면 지면보기
15일 오후 5시 강남의 한 재수 종합학원. 야간 반수반을 운영하는 이 학원에는 6월 중순부터 학기말 고사를 치른 대학생들이 몰리면서 200여 명의 반수생이 또 한번의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3개 반이 운영됐지만, 올해엔 학생들이 몰리면서 2개 반을 증설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재수학원에도 원생 220명 중 50명 이상이 반수생이다. 이처럼 올해 반수생들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수능에서 언어와 수리영역이 쉽게 출제되면서 우수한 학생들 사이에 점수 차가 줄어 원점수를 잘 받고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문계의 경우 성적 상위 1~2%의 학생들이 서울·연세·고려대 주요 학과에 낙방하면서 올해는 상위권 반수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 수능시험 때까지 친구 연락도 끊었어요
권지언 … 낙방 원인 찾아 처음부터 꼼꼼히 다시 시작

그러나 반수의 길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재수생들과는 달리 한 학기 동안 대학 생활을 경험해봤고, 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다.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있기가 만만치 않다. “동기 모임에 참석하라”는 대학 동기들의 전화를 받기라도 하면 마음이 뒤숭숭하다.



‘공부법 바꿔 딱 한번만 더하자’ 결심



김경민씨. [김진원 기자]
김경민(20·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1·서울 상계고 졸)씨는 “반수의 시작은 잘못된 공부 방법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3 때 3월 모의고사에서 모든 영역 1등급을 받았던 그는 이후 개념학습을 하지 않았다. 수능 기출문제와 평가원 모의고사는 물론 온갖 사설업체 모의고사와 문제집을 풀면서 1년을 보냈다. 그러나 성적은 점차 떨어졌다.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언어와 수리영역이 2등급으로 떨어졌다. 9월부터는 자신 있었던 과학탐구도 2등급으로 떨어지더니 그 성적은 수능 때까지 이어졌다.



“‘공부 방법을 바꿔 딱 한 번만 더 하자’는 생각으로 반수를 결심했죠.” 고려대 기계공학부를 다니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반수를 시작한 그는 EBS 문제집과 평가원 모의고사, 수능 기출문제 외의 문제집은 풀지 않았다. 대신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출제자가 이 문제로 무엇을 평가하려고 하는지’를 꼼꼼히 파악했다. 김씨는 “자주 틀리는 문제는 따로 모아두고, 관련 개념학습을 다시 하는 식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2009학년도 수능이 끝난 뒤 6개월여간 수능 공부에 손을 놓았던 터라 수리와 과학탐구 개념학습이 부족했다. 반수 초반부터 수리·과학 개념 정리 노트를 만든 이유다. 모르는 문제나 자주 틀리는 유형의 문제,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를 직접 공책에 적고, 관련 개념은 기본서에서 찾아 정리했다. 이렇게 정리한 노트가 영역별로 200쪽 분량이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불안감 때문에 필요 없는 책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페이스를 잃게 되죠. 본인이 직접 개념 정리 노트를 만들다 보면 취약 부분을 알게 돼 학습 효율이 높아집니다.”



김씨는 “대학 친구들에게 반수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반수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이 연락해 오면 마음이 흔들리기 쉬워서다. “대학에 다니다 다시 대입 공부를 하려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다는 충동이 들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라면 공부에만 전념하세요. ‘4개월 후에는 자유와 행복이 동시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반수의 ‘절실함’을 스스로에게 세뇌시켜라



권지언씨. [김진원 기자]
올해 특기자 전형으로 서울대 인문계열 독어독문학과에 합격한 권지언(20·여·경북 영주여고 졸)씨는 “반수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화여대 인문과학부에 다니다 지난해 6월 반수를 결심했다. 그러나 ‘실패해도 돌아갈 학교가 있다’는 생각에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그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건 ‘절실함’ 때문이었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려면 1학년 2학기에 선수과목으로 ‘영어학개론’을 들어야 했어요. 하지만, 휴학계를 낼 경우 1년 후에나 그 과목을 들을 수 있어 제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없었죠. ‘반수에 성공하지 못하면 진로계획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확실한 목표의식이 생기니 그때서야 책이 손에 잡히더군요.”



이후 그는 자신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맞춤형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보다는 저녁에 공부가 잘 된다는 것을 알고는 야간 반수반에 등록했다. 오후 10시 학원 수업이 끝난 뒤 집에서 오전 1~2시까지 그날 배운 부분을 복습했다. 오전 시간에는 고3 때 공부했던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내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반수생의 경우 시험 때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없어요. 익숙한 교과서나 참고서를 중심으로 학습하되, 새로 배운 내용을 첨가하는 형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게 효과적입니다.”



2009학년도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떨어진 이유도 분석했다. “지방 학교는 입시정보를 들을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아요. 2009년에 낙방한 것도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만 내고, 나머지 증빙서류는 제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시간을 두고 어학성적(텝스 850점)과 여행을 다니면서 경험했던 부분을 증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서류를 만들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좋았던 경험을 표로 정리했고, 특정 경험을 대학에 들어가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피력했다. 결국 그는 3등급이었던 언어·수리영역을 각각 1등급과 2등급으로 올렸고, 1년 전 낙방했던 서울대에 같은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힘들 때마다 지난해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떠올리세요. 반수생에게 ‘오기’는 그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명약입니다.”



글= 최석호 기자

사진=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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