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말일까요] ‘총명탕’ 먹고 ‘두뇌훈련’ 하면 성적 오른다는데 …

중앙일보 2010.07.21 00:07 Week& 2면 지면보기
전국 초·중·고 300여개가 집중력 향상 등을 목적으로 뇌교육을 하고 있다. 서울 원묵고 학생들이 창의적 재량 수업 시간에 뇌교육을 받고 있다. [황정옥 기자]


여름방학을 기회로 학업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머리를 좋아지게 만든다는 약을 먹거나,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는 게임을 하거나, 별도의 두뇌훈련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방법들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전국 315개 학교서 뇌교육 실시



글=박정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15일 오전 서울 원묵고(중랑구) 1학년 6반 교실. “눈을 감고 손의 에너지를 느껴보자.” 한국뇌교육원 김태연 강사가 재량수업 시간에 ‘뇌교육’ 수업을 하고 있다. 김 강사는 “뇌를 깨우기 위한 활동이다. 뇌파가 안정되면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3년째 방과후 수업, 수련회, 창의적 재량수업 등에서 뇌교육을 받고 있다. IHSPO(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에 전교생이 참가하기도 했다. 박평순 교장은 “우리 학교는 개방형 자율학교로 시작해 인성을 강조한다”며 “인성교육을 위해 여러 방법을 찾다 뇌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교사는 “뇌교육으로 성적과 인성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1학기 동안 뇌교육 수업을 받은 복금태(1학년)군은 “공부할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기 위해 집에서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곳처럼 뇌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와부고, 노량진초 등 전국 315개교에 달한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오미경 교수는 초등 5학년 9개 학급에 이 프로그램을 주 1회 40분씩 10주간 실시했다. 그 결과 두뇌활용능력지수(집중력·정서·신체조절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난달 발표했다.



두뇌훈련을 하면 집중력은 물론 성적도 향상된다는 자료도 있다. 마음누리클리닉 정찬호(신경정신과) 원장과 채정호(가톨릭의대) 교수는 2007년 12월부터 10주 동안 경기도 예봉초 4학년 학생 24명을 대상으로 직접 개발한 두뇌트레이닝 프로그램(브레인짱, www.brainzzang.com)을 하루 30분 이상 하게 했다. 그 결과 참여 학생들의 집중력과 주의력이 향상됐고, 학년 석차가 평균 23등에서 14등으로 9등 올랐다. 하지만 고등학생 이후에는 두뇌훈련을 해도 머리가 좋아지기 어렵다. 정 박사는 “만 16세 이전에 두뇌훈련을 해야 효과가 있다”며 “이후에는 뇌가소성(끊임없이 변화하는 뇌의 속성)이 떨어져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총 영재교육원 이낙규 대리는 “유아와 초등학생은 인지적 자극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두뇌를 활성화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어떤 게임 하느냐에 따라 효과 달라져



머리가 좋아진다며 부모에게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두뇌 트레이닝 게임이 두뇌 능력 향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영국의 ‘오크셔 의학연구위원회’와 공영방송 ‘BBC’는 두뇌 트레이닝용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18~60세 연령대의 1만1430명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6주간 두뇌 트레이닝 게임을 진행하고 기억력 테스트를 받았다. 결론은 게임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이었다.



닌텐도사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이 뇌로 흐르는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두뇌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 렌대학교 인지심리학과 알랭 리우리 박사팀이 10세 어린이 67명을 대상으로 기억력, 계산력, 논리력 등의 향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닌텐도의 두뇌 훈련 게임이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의대 신민섭(소아정신과) 교수는 서울대 조성준(산업공학과) 교수와 공동 개발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어린이를 위한 집중력 향상 게임 프로그램을 활용해 ADHD 진단을 받은 어린이 26명을 검사했다. 이 게임은 시각주의력, 청각주의력, 작업기억력 등의 영역을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신 교수는 “약물치료와 함께 집중력 향상 게임을 잘 활용하면 주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 권준수 교수는 “게임이나 기능성 게임이 뇌의 인지적 기능을 향상시키느냐는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를 증명하는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는 테트리스가 머리를 좋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심리연구네트워크 리처드 하이어 박사팀은 지난해 1월 테트리스 게임을 하면 비판적 사고와 추리력, 언어처리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발달한다는 실험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성적 올리는 것은 ‘학생 몫’



2007년 방송 프로그램 ‘추적60분’에서 서울·경기권 중·고교생 17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74%가 공부 잘하는 약이나 머리 좋아지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DHD 치료제가 성적 향상·집중력 강화를 시켜주는 약으로 오·남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황치혁(한뜸한의원) 원장은 학부모들로부터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없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머리가 좋아지는 처방(약)이 실제로 많이 있다. 장기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다는 ‘총명탕’, 장원급제를 하게 돕는다는 ‘장원환’, 주자가 먹었다는 ‘주자독서환’ 등이다. 황 원장은 이런 약들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약을 만드는 약재를 개인에 맞게 다시 구성해 조제하면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처방은 소화기를 강화해 머리를 맑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 원장은 “머리를 맑게 해준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머리가 좋아져도 공부를 안 하면 성적이 올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김광호(호일침한의원) 원장은 “총명탕이 머리를 맑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정된 약재로 천차만별의 기질을 가진 모든 아이가 같은 효과를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머리 아픈 사람도 그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천차만별인 것과 같다는 것이다. 김태희(김태희한의원) 원장은 “치료의 목적은 학습능률을 올릴 수 있는 신체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실제 성적을 올리는 것은 학생의 몫”이라고 말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