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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전력산업, 경쟁체제가 정답이다

중앙일보 2010.07.21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2001년 과거의 한전 통합체제에서 발전 부문이 분리돼 경쟁이 도입됐다가 2004년 더 이상의 구조개편이 중단되면서 방향성을 잃고 지금까지 어정쩡한 구조로 지속돼 왔다. 이러던 차에 방향성에 대한 더 이상의 불확실성을 종식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이 발주됐다. 연구 결과는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대 한전 통합체제로 회귀하기보다는 경쟁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직접적으로는 통합이냐 경쟁이냐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전력소비 패턴에 맞춰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석탄발전·LNG발전 등 다양한 발전원(發電源)의 비율을 적정하게 구성하는 것, 즉 적정 전원 구성을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 것인가가 핵심 연구대상이었다.



한 나라의 전력산업이 제대로 운영되는지를 나타내는 최종 지표는 결국 국민이 지불하는 요금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에서 연료비는 5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탄 구매비용으로 전력공급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간 통합구매·개별구매 등 유연탄 구매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전력산업구조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이 돼왔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 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은 결국 전체 전력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값싼 유연탄을 얼마나 사용하고, 비싼 LNG와 석유는 얼마나 사용해야 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이는 바로 그 나라의 발전원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탈(脫)석유 전원 개발 및 원자력발전 건설 촉진으로 현재 연료공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뛰어난 원자력과 석탄발전 등 기저를 이루는 발전 비중이 외국에 비해 높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일본과 동일한 전원구성이었다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현재보다 29%나 높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최근 기저발전설비가 최적수준에 비해 크게 부족해 연간 1조9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이는 현재 기저발전설비가 부족한 원인이 경쟁체제 그 자체에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발전사들을 한전에 재통합해서 한전이 책임지고 적정 전원구성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전혀 다른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기저발전설비가 부족한 원인은 경쟁체제가 아니라 전력시장이 잘못 설계돼 있고 정부의 정책기능이 미진한 탓이었다. 이에 따라 전력시장제도를 개선해 발전사업자에게 적절한 설비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혹시 존재할 수 있는 시장실패에 대비해 정부의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근본적으로 한전 통합체제하에서는 한전에 정보가 집중돼 외부에서는 한전이 그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는지 제대로 알 방법이 없으며, 발전경쟁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편익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전력시장제도 개선과 설비투자 관련 정책적 기능의 수행은 모두 정부의 몫이다. 국민에게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최종 책임은 결국 한전이 아닌 정부에 있다는 판단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체제를 수립하는 일이다.



이수일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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