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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기업 DNA 달라졌다] ⑥ 포스코의 ‘스피드 DNA’ <끝>

중앙일보 2010.07.13 00:04 경제 9면 지면보기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지난해 베트남 냉연공장에서 생산한 첫 냉연제품에 기념문구를 적고 있다. 포스코는 의사결정 과정을 대폭 줄이고, CEO가 직접해외시장을 발로 뛰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등 조직 내에 ‘스피드 DNA’를 심고 있다. [포스코 제공]
2009년 3월. 취임 한 달이 채 안 된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신입사원들 앞에 섰다. 취임 후 첫 공식 연설에서 그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온 ‘사자와 가젤’을 인용했다. “아프리카에서 매일 사자와 가젤이 눈을 뜹니다. 가젤은 사자보다 조금 더 빨리 달려 잡혀먹지 말자고 생각합니다. 사자가 이런 가젤을 잡아먹는 노하우는 가젤보다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겁니다. 여러분, 사자가 됩시다.”


“여러분 사자가 됩시다”… 스피드·효율·소통·경쟁 문화로

정준양호의 색채는 이 말에 잘 녹아들어 있다.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어죽는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정 회장은 포스코의 체질개선에 나섰다. 키워드는 ‘스피드’였다. 사내 의사결정은 물론 고객 응대 등 모든 면에서 속도를 낼 것을 독려했다.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는 국내 철강시장의 특성상 그동안 편하게 먹이를 먹던 공룡에게 ‘살 빼고 뛰라’고 주문한 것이다.



정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경영관리 주기를 분기에서 월 단위로 단축한 것이나, 모든 보고서를 1쪽으로 줄이고 모든 간부와 영업직원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대면결재를 온라인 결재로 바꿔나간 게 모두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빠른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어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다.



그는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무리다는 말은 하지 말라. 일단 시도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5월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이 6조원이 넘는 등 재무구조가 탄탄해 ‘승자의 저주’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그동안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제대로 투자를 하지 않는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난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개발독재 시대에 제철보국의 기치를 내걸고 설립된 포스코는 상명하복과 일사불란의 분위기가 강했다. 직원들이 회장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요새 포스코는 분명 바뀌고 있다. 관리위주의 상의하달식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매달 보고와 지시 중심으로 진행되던 회의를 토론식으로 바꾼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사보에서 정준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노하우를 공개할 정도로 분위기는 자유로워졌다.



포스코에 스피드와 효율·소통·경쟁의 DNA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한 마케팅에서 잘 드러난다. 정 회장은 틈날 때마다 “포스코 마케팅팀은 지금까지 항상 모자라는 제품을 배분한 것이지 고객 만족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는 고객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회사의 이익을 버리고 고객의 신뢰를 얻으라”고 말한다. 포스코가 마케팅과 제철소 조직을 통합해 탄소강 사업부문을 신설한 것도 마케팅과 생산 간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보다 빠르게 고객의 소리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체질을 바꾸고 있는 포스코는 금융위기에 빛을 발했다. 조강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지만 글로벌 경쟁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적 철강전문 분석기관 WSD(World Steel Dynamics)는 지난 4월 전 세계 철강사 32개사를 대상으로 총 23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포스코를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선정했다.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1위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이 지난해 적자 전환하며 허우적대는 사이 포스코는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WSD는 포스코가 전사적 원가절감과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양호한 경영성과를 거둔 것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금융위기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지 않았다. 2007년 3032억원이던 R&D 투자비는 2008년 4427억원, 2009년 4543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올해는 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는 싼 원재료로 고품질의 철강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으로, 그리고 이 기술력은 다시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2006년 이후 매년 1조원 이상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올해도 1조1500억원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자세, 무사안일의 공기업 생리에 머물렀다면 이런 성과를 내기 힘들었다.



달라진 DNA는 해외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철강 본업의 토대 위에 종합소재·에너지 등 신성장 동력 사업을 적극 개발하기 위해 인도와는 2005년, 인도네시아와는 2009년부터 각각 1200만t과 600만t의 일관제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쟁력은 철광석·원료탄 자급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고, 해외 자원 확보에도 힘쓰고 있는 것이다. 정준양 회장이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해외자원 확보를 위해 다닌 비행거리만 32만㎞가 넘는다.



하지만 포스코의 개혁은 아직 미완성이다. 외국인 주주 지분이 48.77%인 글로벌 민간기업이지만 공기업 성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오너가 없다 보니 몇 년마다 바뀌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외풍에 약하고, 과감한 결단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 김동만 상무는 “조직 내에 신뢰의 문화를 확산하고, 스피드 DNA를 접목하면 포스코가 추구하는 3.0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중국 멀찌감치 따돌릴 차세대 독자 기술 개발해야



포스코가 말하는 포스코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 철강산업 판도를 빠르게 바꾸어 놓았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동아시아의 약진이다. 한·중·일 3국의 세계 철강 생산 비중은 2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늘어 지난해 60%에 근접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다. 혁신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원료시장 패러다임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됐다.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자칫 잘못하면 포스코는 넛크래커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



첫 해답은 기술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이 기술로 무장하면 포스코가 설 자리는 없다.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방할 수 없는 독자 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환경과 자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자원절약형 차세대 혁신기술 개발에서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려야 한다. 그동안 포스코는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투자한 결과 조업 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고, 일부 기술에서는 일본을 추월했다. 포스코가 짧은 역사에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일본이라는 좋은 선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포스코는 더 이상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다.



두 번째 과제는 원료의 안정적 확보다. 지금 세계 철강산업은 ‘원료의 시대’에 직면했다. 원료 가격이 치솟다 보니 원료의 안정적·경제적 확보 여부가 경쟁력에 절대 영향을 끼친다. 중국은 적극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바오스틸은 아프리카·캐나다·남미에 전략적 철광석 공급기지를 구축하고, 현재 소요 철광석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우한강철은 5년 내 완전 자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포스코도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 투자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포스코가 가야 할 세 번째 길은 글로벌화다. 국내 철강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신흥 성장시장에서 찾는 일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선진 해외 업체들과 진검 승부를 해야 한다. 그런 만큼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지사나 공장을 세우는 것을 글로벌화라고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모든 경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러나 여기서 해답을 찾지 못하면 포스코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포스코는 이러한 경쟁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의식과 문화’ 차원에서 새로운 DNA를 착상시켜 나가고 있다.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






포스코 다음 과제는

종합소재업체 도약 위해 유연성·창의성이 필수




포스코가 42년이라는 최단기간에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창업 초기부터 불굴의 도전정신과 제철보국이라는 창업정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창조적 지혜가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으로 포스코는 자동차·조선·기계·전자·건설 등 우리 주력 산업의 급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국내 철강산업은 경쟁국에 비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포스코는 조선·자동차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 우위를 뒷받침해 왔다. 포스코의 성장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미국 경쟁력위원회 평가)로 이끌어 내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이제 철강산업에서 구축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환경·에너지 등 연관 산업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티타늄·지르코늄·마그네슘 같은 신소재를 생산하는 종합소재 업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코의 변신은 지속적으로 축적해 온 내부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공급업체로 변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철강제품 및 공정기술의 첨단화와 고기능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일본 신일철의 R&D 투자가 지난 10년간 연평균 2% 늘 때 포스코는 연평균 12.2%나 증가했다.



그러나 과제도 있다. 사업 영역 확장이나 수직 통합을 통한 대형화를 뛰어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포스코의 경쟁 우위를 뒷받침했던 설비 및 시스템 기반, 공정 및 제조 기술 우위, 공급자 우위적인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자동차나 유비쿼터스 등 수요산업에서의 제품 구조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소재의 첨단화와 융복합화·고기능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이는 포스코 같은 중후장대형 소재업체에서도 유연성과 신속성·창의성이라는 새로운 DNA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포스코는 종합소재 업체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전후방산업은 물론이고 수요산업과의 전략적 동반자(Strategic Partnership) 관계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포스코가 진출하는 신소재·에너지·환경 부문과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인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포스코의 체질 개선과 융합 과정을 통해 우리는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소재 부문에서 새로운 산업환경에 부응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소재 공급업체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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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정준양
(鄭俊陽)
[現] 포스코 대표이사회장(제7대)
[現] 한국철강협회 회장(제7대)
19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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