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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모셔라" 방송사 섭외전쟁

중앙일보 2002.07.04 00:00 종합 45면 지면보기
"한국 대표 선수와 가족들을 잡아라!"


월드컵기간 '가족 모시기' 게임 끝나자 선수 눈돌려

월드컵 경기가 열린 지난 6월 한달간 방송가의 교양·오락 프로그램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진행됐다. 선수와 가족들의 모습을 TV 화면에 담기 위한 섭외전이 전쟁을 방불케 했던 것. 방송사들의 끊임 없는 출연 요청에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지낸 가족이 있는가 하면 너무 자주 출연해 이미 스타가 된 가족들까지 천차만별이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지금, 각 방송사는 이제 제2 라운드로 선수 섭외 경쟁에 들어갔다.



◇선수보다 더 바쁜 가족들=1승, 16강 진출, 8강 진출, 4강 진출…. 한국팀이 계속 이기자 선수 가족들까지 바빠졌다. 아침 주부 대상 프로그램과 토크쇼 등의 러브 콜을 받느라 생업은 제쳐둬야 할 정도였다.



가족들 섭외에 가장 발빠른 프로그램은 KBS '아침마당'. 포르투갈전 다음날인 15일 박지성·김남일·이영표·유상철·김태영 선수의 가족들이 출연해 잔잔한 감동을 줬고 이탈리아전 다음 날인 19일엔 송종국 선수 부모 등과 대표팀을 닮은 일반인들이 나와 분위기를 돋웠다.



외주 프로의 경우 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6~8개 프로덕션이 각기 따로 섭외를 해 내부 출혈 경쟁이 심했다.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는 총 7개의 외주 프로덕션이 한꺼번에 섭외에 뛰어들었다. 선수 가족이 출연한 네편 중 세편을 제작한 MC넷은 인맥의 덕을 톡톡히 봤다.



MC넷 신명훈 PD는 "평소 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알게 된 축구 관계자를 십분 활용했다. 이미 5월부터 가족들과 접촉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홍명보 가족이 섭외하기 가장 힘들었다=섭외하기 가장 힘든 사람 1순위로 담당 PD들은 대표팀의 주장 홍명보 선수 가족을 꼽고 있다. 홍선수는 미리 가족들에게 "방송에 출연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아침마당' 안진 PD는 "대회 도중 방송에 출연할 경우 경기에서 진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해 섭외에 애를 먹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결국 홍선수의 어머니는 한사코 방송 출연을 고사해 제작진을 애타게 했고 대회가 끝난 지난 1일에야 '아침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두리 선수의 가족들도 끝내 TV에 출연하지 않았다.



일부 선수의 경우 소속 에이전시에서 부모님 스케줄을 관리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한 담당 PD는 "출연 섭외를 위해 일단 에이전시의 허락을 받은 뒤 따로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태극전사들 과연 TV에서 볼 수 있을까=운동장을 떠난 선수들을 TV에서 다시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부분 선수들의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상태다.



각자 소속팀에 돌아가야 하는 데다 며칠간의 휴식 기간에 가족들과 함께 있거나 CF 촬영 등 밀린 일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결국 각 프로그램의 섭외 능력에 따라 방송사의 희비도 엇갈릴 것 같다.



3일 MBC '아주 특별한 아침'에는 송종국 선수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편 KBS '체험 삶의 현장'(7일 방송)에 이천수 선수가, MBC ' ! 느낌표'(13일 방송)에는 홍명보 선수가 출연할 예정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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