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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은 이내 풀렸습니다. 무대를 단숨에 장악하는 그녀의 우아한 카리스마는 발레에 그리 눈이 밝지 못한 제가 봐도 강력해 보였습니다. 교수님이 약간 달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신이 내린 몸매에 탁월한 감정표현… 전 저 친구가 도대체 얼마나 성장할지 궁금해 죽겠어요.”
교수님의 기대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ABT가 그녀를 솔리스트로 승급시켰다는 소식이 지난 5일 날아왔습니다. 솔리스트는 발레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무용수로, 80여 명의 ABT 발레리나 중 7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인이 이 발레단의 솔리스트가 된 것은 처음이죠.
남들보다 빠르다 할 수 없는 열두 살에 한국에서 발레를 시작한 그녀로서는 12년 만에 이룬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발레리나들이 득시글대는 ABT에서 그녀가 묵묵히 기울였을 노력을 생각해 봅니다.
자, 얼음판 위에선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천하를 평정했고, 수영장에는 박태환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물살을 갈랐습니다. 우리가 도저히 서구인들에게 이길 수 없다고 여겼던 기초 분야에서 일궈낸 귀한 결실들입니다. 덕분에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 대한 관심도 훌쩍 높아져 수많은 꿈나무가 제2의 김연아, 제3의 박태환을 꿈꾸기 시작했죠.
이젠 발레 차례인가요. 주역 무용수로 날개를 단 서희가 어떻게 날아오를지 우리 모두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