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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아니지만 비타민과 성질 같아, 몸에서 생성돼 ‘유사’ 꼬리표

중앙선데이 2010.07.11 04:00 174호 20면 지면보기
미국·유럽·일본 의사들과 과학자들은 1920년대 이후 이른바 ‘비타민 레이스’를 벌였다. 새로운 비타민을 찾아내는 경쟁이었다. 덕분에 비타민의 비밀이 좀 더 빨리 밝혀졌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사 비타민이다. 이들은 비타민과 비슷한 구실을 하지만 비타민의 정의에는 맞지 않는 물질이다.

유사 비타민까지 등장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몸속 물질대사를 조절하지만 그 자체는 에너지원이나 생체 구성성분이 되지 않고 몸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유기화합물’로 정의한다. 유사 비타민도 발견 초기엔 비타민으로 인정됐다. 그래서 ‘비타민X’형태로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연구 결과 비타민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유사 비타민은 ‘비타민F(리놀레산)’다. 필수지방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1929년 생쥐 실험에서 발견됐다. 비타민F는 피부와 모발 형성을 돕는다. 포화지방산 분해를 도와 비만 억제에 도움이 된다. 부족하면 습진이나 어린이 성장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유사 비타민 가운데 유일하게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세포막의 일부여서 비타민에서 배제됐다. 두유와 옥수수 기름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6g 정도 먹을 것을 권한다.

나머지는 모두 체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체외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비타민의 자격조건에 미달했다. ‘비타민P(바이오플라보노이드)’는 비타민C의 흡수를 돕고 세균 침입을 억제한다. 고혈압·뇌출혈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도 한다. 귤·양파 껍질과 토마토·메밀에 많이 들어 있다. 포도주에 적잖이 들어 있다.

‘비타민Q(유비퀴논)’는 1959년 발견됐다. 부족하면 심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타민Q는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항산화작용을 잘해 세포막을 보호한다. 면역세포를 활발히 움직이게 도와주기도 한다. 당뇨병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의 간과 내장, 정어리·고등어·참치 등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U(캐비진)’는 1950년 처음 추출됐다.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다. 소화관 점막을 보호해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양배추와 상추·우유·달걀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 가운데 과학자들의 머리를 가장 어리둥절하게 한 물질이 바로 비타민B군(群)이다. 비타B1은 1910년대 처음 발견됐고 분자구조가 밝혀진 때는 1930년대였다. 당시 과학자들은 비타민B가 한 종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 결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분자구조가 다른 비타민B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비타민 B1, B2, B3 순으로 이름을 붙여 구분했다. 비타민B군의 종류가 많은 만큼 과학자들의 오해도 잦았다. 비타민B군에 유사 비타민이 많은 이유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유사 비타민B군’ 가운데 대표주자는 ‘비타민B7(이노시톨)’이다. 물에 녹는 물질로 세포막을 구성한다. 지방간을 억제하는 물질로 꼽힌다. 뇌신경에 영양을 공급하기도 한다. 탈모와 습진 예방에 효과가 있다.

‘비타민Bp(콜린)’는 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춰주는 물질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콜린과 비타민B12를 함께 먹였더니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B13(오로트산)’은 당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꼭 있어야 한다. 간장 장애와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B15(판마믹산)’는 항산화작용을 한다.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현재 비타민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논쟁을 벌이는 물질이 있다. 청국장에 많이 들어 있는 PQQ(프롤로퀴놀린퀴논)다. 1979년 처음 발견됐으나 역할이 규명되지 않았다. 2004년 일본 연구팀이 “PQQ가 부족하면 성장에 문제가 발생하고 피부에 이상이 생긴다”며 “새 비타민이 오랜만에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쪽이 “아직 비타민으로 인정할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해 논쟁 중이다.

전문가들은 “유사 비타민은 대부분 체내에서 만들어지지만 식습관이나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부족해질 수 있다”며 “유사 비타민 섭취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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