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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뚫어주는 생명의 C, 권장량의 100배 드세요”

중앙선데이 2010.07.11 03:43 174호 22면 지면보기
서울대 의대 이왕재(55·해부학·사진) 교수는 '비타민C 전도사'로 이름이 높다. 일반적으론 하루 60~100㎎만 섭취하면 된다는 비타민C를 6000㎎(6g) 이상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20년여째 매일 1만2000㎎(12g)을 먹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서울 대학로의 연구실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주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끈한 피부에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4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는 '비타민C를 충분히 먹으면 혈관질환 예방은 물론 치료 효과도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비타민C 전도사'이왕재 서울대 교수

-왜 비타민C를 많이 먹으라고 하나.
"많이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을 먹으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소 섭취량을 하루 60㎎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낮춰 잡은 것이다. 포유류는 모두 몸속에서 비타민C를 만든다. 몸무게 400㎏인 말은 뜯어먹는 풀에서 하루 10g(1만㎎)의 비타민C를 섭취하는데도 체내에서 수십g를 더 만들어낸다. 동물들이 매일 간에서 당분을 비타민C로 변환해 내는 양은 체중 1㎏당 70~250㎎다. 사람의 평균 체중인 70㎏으로 환산하면 4900~1만7500㎎이다. 그래서 하한선에 가까운 6000㎎이 적정량이라고 보는 것이다."

-많이 먹어봐야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된다는데.
"몸에서 필요 없는 것은 만들지 않는다. 동물들도 소변으로 배출하지만 계속 만든다. 배출하는 과정에서 현대 의학이 밝혀내지 못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동물들 가운데 사람만이 진화 과정에서 비타민C를 만드는 유전자가 사라졌다. 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제거한 쥐에게 비타민C를 먹이지 않으면 두 달 만에 죽는다. 비타민C는 비타민이 아니다:

-비타민이 아니라니.
"같은 수용성인 비타민B가 부족하면 각기병에 걸린다. 이제껏 각기병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 그 전에 굶어 죽는다. 최소한의 음식만 먹어도 죽지 않을 정도의 비타민B를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타민C는 다르다. 배가 부르게 잔뜩 먹어도 비타민C가 부족하면 괴혈병에 걸려서 죽는다. 비타민C는 비타민의 한 종류라기보다는 생명 유지 물질의 하나로 봐야 한다."

-어떤 효가 있나.
"20여 년 전 당뇨로 인한 동맥경화로 3개월 선고를 받았던 선친은 비타민C를 드시면서 회복돼 11년을 더 사셨다. 눈 혈관이 막혀 왼쪽 눈의 시야가 10~15%까지 좁아졌던 장인은 2년 반 뒤에 80% 이상으로 회복됐다. 안과 과장이 '이상하다. 진단이 잘못됐나'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뿐이 아니다. 1992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왔던 장모는 비타민C를 드시고 회복돼 아직도 김치를 담가다 주신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분명 효과는 있는데 왜 그런지 몰랐을 뿐이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 사람들은 혈중 콜레스트롤 수치가 높은데 동맥경화가 오는 경우가 드물다. 의학계에서는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이라는 학술지가 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영향력을 두 배 정도 쳐준다. 지난해 3월 여기에 비타민C나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 있는 '라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제가 동맥경화를 막고, 더 나아가 치료도 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 그것이 비타민C의 효과인가.
"동맥경화는 혈관에 상처가 나야 생긴다.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가 낙수가 바위를 뚫듯이 50~60년 걸려 상처를 낸다. 여기에 산화된 콜레스테롤이 붙어 혈관을 막는 것이다. 요즘은 과식·스트레스와 환경 때문에 30년이면 상처가 난다. 30, 40대에 동맥경화가 오는 이유다. 비타민C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준다.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것도 막아준다. 올 초에 내 혈관을 조사했더니 20, 30대처럼 깨끗했다. 비타민C 생산 유전자를 제거한 쥐 500마리를 갖고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8~9월 중에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옛말에 과유불급이라 했다. 많이 먹으면 부작용은 없나.
"큰 부작용은 없다. 나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고단위 비타민C 요법을 실천한다. 그 가운데 1%라도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이미 난리가 났을 것이다. 지용성인 비타민 A·D·E 등은 확실히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WHO 등에서도 상한선을 정해 놨다. 하지만 비타민C는 상한선이 없다. 처음 비타민C를 다량으로 먹기 시작하면 설사가 날 수 있다. 대개 일주일 정도면 괜찮아진다. 비타민C가 산성이기 때문에 위가 아플 수 있다. 그래서 식사와 함께 1000㎎짜리 두 알씩을 먹으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비타민C에 매료된 계기는.
"박사 학위를 받고 87년에 군의관 훈련을 받았다. 현역 대신 공중보건의가 됐다. 당시 보건사회부 담당자가 '드문 해부학 전공자인데 보건소에 가는 것보다 후학을 키우는 것이 국가에 더 봉사하는 것'이라며 생긴 지 몇 년 안 된 진주 경상대로 배치했다. 여기서 대학 선배인 이광호 교수의 세미나를 듣고 비타민C를 먹기 시작했다. 늘 피곤하고 입술이 부르트기 일쑤였는데 한두 달 지나니 멀쩡해졌다.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기 시작했다."

-해부학 전공인데 어려움은 없었나.
"선친과 장인·장모를 보고 확신을 갖게 돼 2000년 방송에 나갔다. 고혈압·당뇨이신 분들, 치료받으시면서 비타민도 많이 드시라고 말했다. 전국에 비타민C 사재기 열풍이 불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일부 환자가'치료 필요 없으니 당장 비타민C를 내놓으라'고 담당 의사를 닦달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난리가 났다. 임상의도 아닌 해부학 교수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고 발칵 뒤집어졌다. 의사협회 제명 얘기까지 나왔다. 환자들이 앞뒤 말을 다 자르고 과잉반응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넘어갔다."

기자들은 객관적인 관찰자 역할을 하는 훈련을 받는다. 그래서 아무리 대단한 사람과 인터뷰를 해도 절반쯤은 '과장이거나 잘못된 내용이 섞여 있을 것'이라는 태도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 교수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비타민C를 몇 통 주문했다. '한 달에 몇 만원이면 온 가족이 충분한 비타민을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이 교수의 확신에 찬 조언은 거부하기 힘든 구석이 있었다.


이왕재는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의학과를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 교환교수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에는 세계적인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스 후’에 등재됐다. 이듬해에는 국내 인물로는 처음으로 영국 IBC국제인명센터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의학자’가 됐다. 대한면역학회 회장,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 추진위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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