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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에서 참으로 가야 이 정권이 산다

중앙선데이 2010.07.11 02:40 174호 2면 지면보기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이다. 그에게 한 열성 독자가 편지를 보냈다. 자신이 그와 꼭 닮았다며 사진도 동봉했다. 마크 트웨인이 답장했다. “정말 똑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면도를 했으니까요.”

김영욱의 경제세상

문호의 익살이야 한번 웃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요즘 쏟아지는 사건과 의혹을 보노라면 정말 똑같다. 역대 정권에서도 시작은 늘 피라미들의 농간과 호가호위였다.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 때쯤이면 늘 그러했다. 게다가 항상 출발은 소문에 불과했지만 결국에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그 다음에는? 역대 정권을 보면 측근들의 부패와 친·인척의 비리 연루가 다음 수순이었다. 물론 임기가 절반 남은 이 정부는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말기 증후군’은 말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낙관할 때가 아니다. 역대 정권도 한결같이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과거 사진을 놓고 면도해도 좋을 정도로 판박이였다.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다.

‘말기 증후군’의 시작은 언제나 피라미들의 분탕질로부터 비롯된다. 이번에도 공직윤리지원관이라는 피라미 때문에 이 정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다. 군부 독재정권 때나 보던 민간인 사찰이 이 정부에서 재연됐다. 하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다 막힐 지경이다. 그때는 고문과 ‘밥줄 끊기’가 병행했지만 이번에는 ‘밥줄 끊기’만 했다는 게 다를까. 죄질은 과거가 더 심했다며 위안 삼을 일 아니다. ‘대명천지에 우째 이런 일’이라는 반응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하다.

다른 피라미들의 분탕질 의혹도 떠올랐다. 두 명의 청와대 비서관이 월권을 했다고 한다. 한 피라미의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맡은 바 역할이 아닌데도 앞의 피라미로부터 보고받았다는 게 확인됐다. 또 다른 피라미는 아직 의혹 수준이다. 일개 비서관이 정기적으로 은행장과 공기업 사장들을 불러 모았단다. 청와대 수석실 간 업무 조정이 맡은 업무인데도 경제수석처럼 행동했단다. KB금융 회장 인선에도 간접적으로 간여했다고도 한다. 물론 사실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을 보면 의혹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 피라미에 관한 소문은 진작부터 파다했다. 금융권 인사를 농단하고 있다는 소문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문제는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게다가 같은 정당의 창업공신들이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거나 “이상할 정도로 한심한 일”이라고 잇따라 토로한다. 이쯤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간다. 이제는 의혹을 풀겠다며 검찰이 나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의 예단 때문이다. 예단대로 수사 결과가 나온다면 믿을 것이다. 하지만 정반대로 나온다면 국민은 고개를 돌리게 돼 있다. 예단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이게 국민의 잘못은 아니다. 잘못은 그렇게 만든 정권에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제갈공명은 가정(街亭)이란 소읍에서 위나라 사마의와 격전을 벌였다. 공명이 사정(私情)에 얽매여 마속을 대장에 앉힌 게 잘못이었다. 참패했다. 사마의조차 “공명이 그런 사람을 쓰다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구나”라며 크게 웃었다. 공명도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했다. 패전의 책임을 물어 마속의 목을 참(斬)하고 나서 통곡(泣)한 건 그래서다. “사람을 잘못 썼기 때문에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명의 위대함은 바로 이것이다. 잘못을 인정하면서 마무리는 참(斬)으로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공명처럼 해야 한다. 잘못을 인정한 후 참(斬)해야 한다. 몸통이 있다면 그 몸통의 목을 베야 한다. ‘철저 조사’나 ‘단체 폐지’ 등 국민이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얘기만 할 일 아니다. 국민의 예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말기 증후군’을 겪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래야 대통령이 바라는 경제도 살릴 수 있다. 경제와 정치는 사실 한 몸이다. 경제가 잘되려면 정치가 잘돼야 한다. 지금은 읍(泣)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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