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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패권싸움 본격화 … 美는 스텔스함으로 파고들기

중앙선데이 2010.07.11 02:27 174호 6면 지면보기
미국의 첫 삼동선(동체가 3개로 구성된 배) 전함 인디펜던스호가 시험 항해에 앞서 2009년 7월 미 앨라배마주 모빌 항에 정박해 있다. 2010년 4월 현재 시험 중이다. 인디펜던스는 잠수함, 기뢰, 고속함 등 미국 해군력의 접근을 막는 적국의 비대칭 해군력을 파괴하기 위해 건조됐다. 길이 120m. 당연히 대중국 작전도 염두에 둔다. [자료:제네럴 다이내믹스]
2009년 10월 중국의 중앙군사위 부의장 후사이호우 장군이 미국을 방문했다. 중국의 군 현대화 수준과 속력에 대한 우려가 커가는 시기였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대만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후 장군은 “빠른 군 현대화와 태평양의 신무기 배치는 최소한의 안보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방침에 따라 연안을 벗어나 태평양 먼바다로 진출할 것임을 확실히 해둔다는 것이다.

中 대함 탄도 미사일 개발에 美 서해로 항모 이동, 왜?

‘진출 의욕’은 중국이 해상 방위선으로 선언한 제1도련선(島鍊線)과 제2도련선(아래 지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전시 1차 방위선. 평시엔 집중 감시한다. 대략 본토에서 1000㎞ 거리. 그 안에 서해·동중국해·남중국해가 들어간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과 관련, “티베트·대만처럼 주권 문제이며, 사활을 건 문제로 양보·타협은 없다”고 선언한 것처럼 중국은 이 해역에서 배타적 권리도 주장한다.

중국의 이런 주장은 미국에 ‘1도련선을 인정하고 개입을 말라’는 압박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영향 아래 들어간다. 핵심 동맹국 한국·일본·호주도 중국 위협에 노출된다. 중국의 힘이 더 커지면 방어선은 2000㎞ 밖인 2도련선으로 확장된다. 이 선은 일본 중부-필리핀-사모아 군도를 넘어 태평양 안쪽 깊숙이 설정돼 있다. 해안선이 긴 중국은 ‘거부(Areal denial) 전략’ 컨셉트로 2 도련선까지 뻗어난 해상에 진입불가지역(no-go-zone)을 설정하려 한다.

문제는 이 전략을 추진하는 데 미국이 결정적 방해 세력이라는 점이다. 현재 해군력으론 중국은 미국에 전혀 상대가 안 된다(표). 잠수함은 중국 65척 대 미국 53척이지만 미국은 모두 고성능 핵잠수함인데 비해 중국은 디젤 중심이다. 미국이 압도한다. 수상함은 더 차이가 난다. 척수론 중국이 275, 미국이 124지만 275척 가운데 202척이 구형이다. 성격도 미 해군은 항모, 이지스급 순양함, 구축함으로 구성된 대양 함대. 중국은 10여 척의 5000t급 대형 수상함 수준이다. 나머지는 소형·연안용이고 대부분 구형이다. 톤수 차이는 더 확실하다. 314만t(미국) 대 55만t. 미 태평양함대 하나만 165만t 규모다. 미국은 항공 전력도 강하다. 태평양 배치 항공기가 미국 1200대, 중국 500대다. 미 항공기는 6 척 항모에서 발진하지만 중국은 지상 발진이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끊임없이 군사력을 늘리고 현대화한다. 미 해군 정보국(ONI)에서 2009년 중국 해군 리포트를 작성한 스콧 브레이 연구원은 “중국은 2000년 이후 순항미사일 발사 군함을 36대로 세 배 늘렸다”고 했다. SS-N-22, SS-N-27 같은 러시아제 순항 미사일을 장착한다. 전문가 사이엔 “러시아 군사기술이 미국에 크게 뒤져도 대함 순항 미사일은 10년 앞섰다”는 분석이 있다. 이지스함 공격용인 SS-N-22 모스킷/선번 미사일은 고도의 방향 조작이 가능하며 최종 진입 각도가 날카롭고 요격 회피력도 높아 미 해군에 위협이 된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미국 항공모함 무력화다. 항모전단은 미국의 힘이며 세계의 바다와 태평양을 지배하는 수단이다. 전 미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제임스 라이언 제독은 “중국의 태평양 팽창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항공모함”이라고 지적한다. 또 전 한국군 해군 관계자는 “미 항모가 서해에 진입하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비상이 걸린다. 레이더 운용, 잠수함의 대응, 내륙에서의 대응 태세 등 세세한 중국군 움직임을 미 항모전단이 서해에서 각종 전자 장비로 들여다본다”고 했다. 평소 미 핵잠수함도 중국 본토로 접근해 정찰한다. 그러나 마스트를 수면에 올려 정탐하는 수준이다. 항모 전단은 다르다. 이지스함의 전자전 장비가 통째로 가동된다. 마스트가 동굴에 랜턴을 비추는 정도라면 항모 전단은 헤드라이트를 켜는 수준이다. 중국 전력의 세부 내용을 알아내 태평양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약점을 알아낼 수 있는 기회다. 이 관계자는 “요컨대 중국은 발가벗겨지는 것”이라고 했다. 천안함 사건 대응의 일환으로 미 항모가 참여하는 한·미 서해 합동군사훈련을 중국이 펄펄 뛰며 반대하는 진짜 속내다.

항공모함 킬러로 개발된 무기는 지상발사대함탄도미사일(ASBM)이다. 2009년 8월 ONI가 발간한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중국적 특성과 현대 해군’ 보고서엔 “중국이 세계 최초로 ASBM을 개발했다. 미국의 중국 근해 진입을 억제하는 진입불가지역이 생겼다”고 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중국의 탄도 미사일 개발은 미군이 항모를 통해 군사력을 전개하는 데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항모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면 파장은 전 세계로 미친다.

ASBM은 지상에서 항모로 쏘는 탄도탄 미사일이다. 현재 개발 중인 DF 시리즈 가운데 DF-21D는 내륙 이동식 지상 발사대에서 발사되며 사정거리 1500~2000㎞다. 2009년 4월 인민해방군 창군 6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공개됐다. 중국은 2012년 실전 배치를 계획하는데 그렇게 되면 미 항모는 중국 연안에 바짝 접근하지 못하고 2000㎞ 밖에 머물러야 한다. 항모 탑재기들의 작전 거리를 넘어 중간 급유를 해야 하고 이전에 했던 방식의 작전이 어려워진다. 인도 안보 연구소의 라가노팔란 연구원은 “DF-21엔 복합유도시스템이 내장돼 있고 탐지가 잘 안 되며 유연성이 좋아 요격도 어렵다”며 “중국 정책이 더 공격적이 됐고 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2009년 9월 보고서는 ‘중국이 ASBM 4단계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본다. 1단계로 2010년까지 사정거리 1500~2000㎞, 2단계로 2015년까지 3000㎞, 3단계로 2020년까지 8000㎞, 4단계로 2025년까지 전 세계 정밀 공격 능력 확보다. 그러나 대기권 돌입 실험을 아직 못해 예정대로 배치될지 의문을 갖는 견해도 있다.

미국도 대항마를 만들고 있다. ASBM을 ‘선제 공격해 무력화’하는 것과 ‘탄도탄으로 요격하는’ 두 가지 방식이다. 선제 공격을 위해 10년 전부터 ‘배의 용골까지 스텔스화됐다’는 줌월트 DDG-1000 구축함을 개발 중이다. 길이 180m, 폭 24m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ESSM(신형 함대공 미사일), SM(대공)미사일 등 공격력을 갖췄다. 최신형 구축함보다 20배 더 힘이 세고 탐지는 50배 더 힘들다는 미래형 전천후 구축함이다. 첫 구축함 개발까지 140억 달러가 투입되는데 실전 배치되면 중·러를 10년 앞서며 40년간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구축함에 장착할 초음속·극초음속 순항미사일도 함께 진행 중이다.

중국이 ASBM 발사 징후를 보이면 줌월트 스텔스 구축함을 본토 가까이 보내 초음속 미사일로 선제 공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개발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미 의회는 ‘3척 건조’로 축소 결정해 버렸다.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예산과 기술적인 문제로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줌월트 선제 공격은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대신 미군은 기존의 이지스함 ‘알레이 버크급 DDG-51’의 성능 개량에 집중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직접 요격과 전파방해 두 가지 방법이다. 직접 요격은 ASBM을 중간 단계에선 SM-3 미사일로, 종말 단계에서는 SM-2 미사일로 요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SM-3는 지원을 하는 이지스 레이더의 한계 때문에 충분한 요격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SM-2도 마하 10의 속력으로 하강하는 DF-21 D를 확실히 요격하기엔 성능 부족이다. 그래서 미 해군은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인 PAC-3를 해상형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역시 예산이 잘 배정되지 않는다.

지난달 28일 각각 순항 핵미사일 154기씩 탑재한 미국 오하이오급 핵잠수함(SSGN) 3 척이 아시아 지역 항구 세 곳에서 동시에 떠올랐다. 여기엔 중국이 사활적 이해를 표명한 남중국해도 들어갔다. 오하이오급 여러 척이 동시에 외국 항구에 떠오른 것은 냉전 때도 없던 일이다. 언제든 기습 정밀 공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462기는 중국에 심각한 위협이다. 미국의 해군력은 여전히 중국을 압도하며 태평양에 뻗친 중국의 발톱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위이자 메시지다. 그럼에도 중국은 계속 아시아 패권을 겨냥할 것이며 미국은 계속 견제할 것이다. 미·중 태평양 힘겨루기가 본격화한 것이다. 서해 훈련을 둘러싼 신경전은 미·중 갈등의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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