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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城에서의 하룻밤, 와인에 취하고 역사에 취하고

중앙선데이 2010.07.11 02:22 174호 8면 지면보기
지하 카브에 보관된 와인들. 켜켜이 앉은 먼지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보르도 도심 중앙광장을 출발한 차는 한 시간가량을 달려 목적지인 샤토 루덴에 도착했다. 샤토 주인은 짐을 풀자마자 와인 저장고인 지하 캬브로 일행을 안내했다. 수백 년 숙성고의 내력을 자랑하듯 묵은 와인 향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했다. 카브 한쪽에 줄지어 누워 있는 오크통이 보였다. 반대편에는 철창으로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저장고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두꺼운 먼지를 뒤집어쓴, 백 살을 넘긴 와인 병들도 골동품처럼 누워 있다.

프랑스 포도원 관광의 색다른 맛

저녁 식사는 샤토 본채인 고성(古城)에 준비돼 있었다. 300년 전쯤 지어진 석조전으로 외벽을 분홍색으로 치장해 ‘분홍의 성’이라 불렸다. 메뉴는 전통 보르도 가정식. 여주인은 “레스토랑 음식과 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품 있는 종택의 정찬이다.

그날 밤 그 고성에서 잠을 잤다. 300년 전 영국인 성주의 딸이 쓰던 방이었다. 나무로 된 방바닥과 복도에서는 걸으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밤이 되자 조금 으스스한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이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그 별을 보면서 테라스에서 와인을 마셨다. 별이 들려주는 얘기를 들으며 한 잔, 또 한 잔. 그렇게 와인 향기에 취해 잠이 들었다.
회사원 A씨(50)는 2008년 7월의 보르도 샤토 투어 경험을 이렇게 얘기하면서 “정말 기억에 남고, 다시 가고 싶은 여행”이라고 회상했다.

프랑스에서 포도원 관광이 각광받고 있다. 엑스팡시옹 잡지는 “포도원 관광이 ‘붉은 황금(와인)’을 개발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며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1일자에서 보도했다.

포도원 관광은 양조시설 견학·시음·블렌딩 등이 기본 메뉴다. 샤토에 따라 포도원 내 고성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유명 포도원들은 우선 그 장소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 때문에 인기가 높다. 보르도 지역의 샤토-파프-클레망은 13세기 베르트랑 드 고트가 세운 포도원이다. 그는 1305년에 교황(클레망 5세)이 됐다. 이 샤토는 그래서 와인을 맛보려는 사람들보다 교황의 흔적을 되짚어 보려는 관광객이 더 많이 찾고 있다. 숙박을 제외한 기본 관광 비용은 19유로(약 3만원). 헬기 비행과 롤스로이스 드라이브, 5성급 고성 호텔 스위트룸에서의 숙박이 포함된 고급 프로그램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프랑스 여행사 ‘아투 프랑스’에 따르면 샤토-파프-클레망처럼 카브를 개방해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포도원이 프랑스에만 1만 곳을 헤아린다. 지난해 포도원 관광을 다녀간 사람은 1000만 명. 이 중 39%가 외국 관광객이었다. 이들 관광객이 쓴 돈은 1인당 평균 203유로(약 31만원). 전체 매출로 따지면 3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보르도 관광청(www.bordeaux-tourisme.com)이나 보르도와인협회(www.bordeaux.com) 홈페이지에 가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파리~보르도 구간은 비행기나 고속열차 테제베(TGV)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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