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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빛과 그늘

중앙선데이 2010.07.11 02:01 174호 15면 지면보기
유독 사는 게 구질구질하고 찝찝하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일수록 디지털 화면 속의 스타들은 더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현실의 복제품이 오히려 원판을 압도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일지 모른다. 이런 게 가능한 건 고달픈 현실을 상상 속 이미지로부터 보상받으려는 무의식이 있어서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보통 사람들에게 비치는 연예인들의 이미지는 다양하다. 화려한 분장과 조명, 대중의 갈채는 다양한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든다. 역으로,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은 대중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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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로운 앨범을 내놓았는데 반응이 시원찮을 때, 출연한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하고 영화가 혹평을 받을 때, 준비한 개그가 웃음을 유발하지 못할 때, 개인적인 문제로 손가락질을 받을 때 연예인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과연 앞으로 얼마나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건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연기력이나 외모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는 ‘악플’과 신문기사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으며 연예활동을 하는 요즘의 연예인들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운동, 성형수술, 공부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도 건강한 몸과 마음을 왜곡시키는 일종의 고문이다. 신변잡기를 소재로, 사람들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른바 ‘예능’과 ‘리얼리티 쇼’는 그들의 사생활조차 노골적인 가십의 도구로 만들기도 한다.

기획사나 매니저들에게 이용당하고 학대받는 경우도 적잖다. 상담 과정에서 실제로 강간을 당하거나, 성관계 대가로 스폰서를 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곤혹스러워했던 연예인의 사례를 접한 적도 있다.

연예인들은 감정의 섬세함이 어린 시절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상처받기도 쉽다. 친구를 새로 사귀기도 어려운데 오래된 친구들은 하나 둘 멀어진다. 가족들조차 그런 불안과 외로움을 덜어 주지 못한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데가 마땅찮아지는 것이다.
불규칙한 스케줄과 수입 때문에 정신과적 상담도 충분히 받지 못한다. 얼굴이 알려진 죄로 차분하게 치료를 받기 어렵다. 치료시기를 놓쳐 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살할 가능성도 당연히 높다. 그러나 워낙 연예인이 되겠다는 이들이 많아 노예처럼 일하다 헌신짝처럼 버려져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한다.

대중에게 받는 사랑과 환호는 그 순간은 황홀하지만, 머잖아 경멸과 증오로 바뀔 수 있다. 내재한 감정들을 엉뚱한 인물에 투사하고 배설하고 대리만족하는 것이 대중의 속성이다. 기업·광고회사·방송사·제작사·기획사·소비자로 이루어진 먹이사슬도 연예인들을 질식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스타들의 부와 명성을 부러워하지만, 안정되게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연예인은 소수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다수에게 인정받는 작업이 어떻게 행복하기만 하겠는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처럼 스스로의 작업에 혼자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이 차라리 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무당이 신병에 걸리듯, 끼를 어딘가에 풀지 않으면 병이 나는 재인(才人)이 많다. 예술은 자본이 아니라 인간에게 속해야 한다는 당위는 예술가를 쥐락펴락했던 메디치 가문의 시대보다 물신숭배에 빠진 21세기 대중문화에 훨씬 더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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