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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시간 못 자면 혈중 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준

중앙선데이 2010.07.11 02:00 174호 15면 지면보기
1986년 1월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5000만 명의 세계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7명의 우주인을 태운 스페이스 셔틀 챌린저호가 우주를 향해 쏘아 올려졌다. 73초 후. 세계인은 눈을 의심했다. 챌린저호가 공중 폭발하면서 우주인 7명 전원이 사망했다. 폭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조사 결과 우측 고체연료 로켓의 ‘O링’ 이상으로 균열이 발생, 연료가스가 누출되면서 대폭발로 이어졌다. 사고의 단초는 어이없게도 ‘수면부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관계자들이 발사 전날 약 2시간만 눈을 붙인 각성상태에서 근무를 하다 O링의 문제를 놓쳤던 것이다.

여름철 건강의 적, 열대야 불면증

고온다습한 여름이 시작되며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개인의 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

빛 따라 반응하는 생체시계가 잠 조절
사람은 보통 일생의 3분의 1을 잠자리에서 보낸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 교수는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고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며 “잠은 피로를 풀고 고갈된 에너지를 축적하며, 보고 들은 것들을 기억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수면과 기상을 반복하는 것은 생체시계·해(빛)·아데노신과 멜라토닌 때문이다. 사람은 밤이 되면 잠자리를 찾고 해가 뜨면 일어나 활동을 한다. 밤 10시쯤 자고 오전 7시에 일어나도록 세팅된 생체시계 탓이다.

생체시계는 뇌 중앙에 있는 양쪽 눈의 시신경이 교차하는 ‘시교차상핵(視交叉上核)’이라는 곳에 있다. 빛이 들어와 하루를 주기로 신체 리듬을 조절한다. 아침에 해가 뜨면 눈을 감고 있어도 빛의 정보가 생체시계에 도달해 각성을 일으켜 잠에서 깬다. 빛이 감지되면 활동하고 빛이 사라지면 자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기상 후 수면물질인 아데노신이 뇌에 축적되는데 약 12시간 후면 최대치에 달해 잠자리로 유도한다”고 말했다. 뇌의 송과체라는 곳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 호르몬도 영향을 준다. ‘시계호르몬’으로도 불리는 멜라토닌은 햇빛이 없으면 분비량이 늘어 졸리게 만든다.

수면에도 과정이 있다. 수면은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렘수면(REM·Rapid Eye Movement)과 이것이 없는 난렘수면(Non-REM)으로 나뉜다.

렘수면 중에는 활발한 정신 활동으로 꿈을 꾸기 때문에 꿈수면이라고 한다. 렘수면이 전체 수면의 20~25%를 차지하고, 나머지가 난렘수면이다. 잠자는 동안 난렘과 렘수면이 4~5회 반복된다.

렘수면 중에는 눈과 호흡근육을 제외한 팔다리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다. 팔다리 등 신체활동은 뇌가 명령을 내려야 가능하다. 렘수면 중에는 이 명령의 연결고리가 잠시 끊긴다. 그렇지 않으면 꿈에서 겪는 행동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 때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한다. 심지어 침대에서 다이빙을 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렘수면 중인 사람이 깨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흔히 ‘가위 눌렸다’는 것이 이 상황이다.

렘수면 중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것은 신경중추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심장박동과 호흡 횟수가 증가하고 불규칙해진다. 체온조절도 잘 안 된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를 회복시키고 낮에 경험한 것을 오래 기억하게 해 준다.

난렘수면은 3단계로 진행된다. 옅은 잠(선잠)인 1단계부터 수면방추가 나타나는 2단계, 깊은 잠인 3단계로 이어진다. 난렘수면 중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심장박동수와 혈압이 감소한다. 호흡은 느리고 규칙적으로 된다. 반면 정신활동이 감소해 에너지 축적, 체온 조절, 근골격계의 피로가 해소된다.

한국은 세계 3위 올빼미 국가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성인은 7시간30분,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9시간 정도다. 우리나라는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 중 하나다. 성인 기준 70%가 밤 12시 후에 잠들고 평균 수면 시간은 약 6시간이다. 복건복지부가 전국 중·고등학생 8만 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에 불과했다. 미국보다 2시간30분, 일본·중국보다 1시간 이상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올빼미 국가 중 포르투갈·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2004년). 생활습관과 함께 불면증·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기면증 등으로 인구의 30%가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은 신체·정신활동에 악영향을 주고 다양한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 수면 부족은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로도 이어진다.

홍승봉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심장·폐·위장·근골격계질환 등 신체적 문제, 집중력·사고력·기억력이 낮아지는 정신적인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며 “발기부전 등으로 성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남성의 발기 현상이 일어나는 렘수면이 사라진다. 결국 발기와 관련된 근육이 약해지고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랩틴의 분비를 줄이고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을 증가시킨다.

수면 부족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수치가 있다. 자는 시간 없이 17시간 동안 운전하면 인지기능 등이 법적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5%와 같아진다. 하룻밤을 꼬박 새우면 0.1%에 이른다. 일주일간 잠을 안 자면 정서적 안정 시 뇌에서 나오는 알파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열대야 현상을 이기고 숙면이 주는 이점을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취침시간은 밤 10~11시가 적당하다. 숙면을 취하려면 낮에 몸을 많이 움직여 다소 몸을 피곤하게 한다. 취침 전에는 목욕으로 몸의 땀을 깨끗하게 씻어낸다. 잠자리는 통풍이 잘되게 하고 취침 전 에어컨과 선풍기를 이용해 실내온도는 22~24도, 습도는 50~60%로 유지한다. 강희철 교수는 “졸린 느낌은 체온이 활동할 때보다 조금 낮을 때 온다”며 “밤의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은 이를 방해하고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잠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실내온도를 너무 내리면 우리 체온을 올리기 위해 근육운동이 시작되기 때문에 잠들기 어렵다. 오후 4시 이후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각성 효과가 있는 커피·홍차·드링크 제제 등은 마시지 않는다. 베개의 높이는 6~8㎝가 적당하다. 너무 높으면 목 근육이 긴장해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자는 시간이 늦어져도 기상시간은 유지해야 한다. 생체시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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