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중앙선데이 2010.07.11 01:44 174호 26면 지면보기
‘결혼은 판단력 부족, 이혼은 인내심 부족, 재혼은 기억력 부족’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서로 죽일 듯 달려들며 감정에 생채기 냈던 과거를 기억한다면 이혼 후 결혼이란 선택을 다시 하기 어렵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어쩌면 망각은 인간 생존의 조건인지 모른다. 아무리 큰 슬픔과 고난이 닥쳐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고통을 견딜 수 있다.

격언으로 보는 증시 Review

주식시장에서도 그렇다. 돈 다 날리고 “내가 다시 주식에 손 대면 성을 간다”고 했던 이들도 시장이 달아오르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주식투자에 나선다. 주식시장이 대폭락 이후에도 굴러갈 수 있는 이유다.

이달 초만 해도 시장에는 비관론이 넘쳤다. 미국 다우지수는 2일 9600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300선이 위협받으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주택·소비 관련 지표는 연일 예상치를 밑도는 숫자를 쏟아냈다.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오던 중국의 생산(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마저 흔들렸다. 국내 코스피지수 역시 1700선을 내줬다. ‘더블딥’ 우려가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7일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날 미국 은행주를 중심으로 일부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다우지수는 단번에 2.8% 오르며 1만 선을 회복했다. 불과 일주일 전의 비관론은 어디 가고 국내에서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낙관론이 다시 세를 얻었다. 정신 건강은 망각으로 지킬 수 있다지만 재무 건강까지 그럴 수 있을까.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