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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기후연구’ 왜? “미래의 승패를 가를 것”

중앙선데이 2010.07.11 01:37 174호 28면 지면보기
“기후변화는 경영 환경의 격변이다.”
닉 로빈스(47·사진)는 영국 HSBC 기후변화센터장이다. 머니게임이 주업인 글로벌 금융그룹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직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기후변화가 낳을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그가 한국을 찾았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기후변화가 낳을 투자 기회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중앙SUNDAY가 단독으로 그를 만났다.

HSBC 기후변화센터장 닉 로빈스


-금융회사가 기후변화까지 분석하는가.
“기후변화는 아주 중요한 경영 이슈다. 메가트렌드 가운데 하나다. 미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할 것이다. 기업들이 주목해야 한다. 우리 센터는 기후변화가 낳을 파장을 예측하고 있다.”

-고객은 누구인가.
“HSBC 내부의 트레이더·펀드매니저, 대출심사 전문가뿐 아니라 외부의 헤지펀드·연기금 등이 모두 우리 손님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각국의 대응 전략을 분석하고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예상한다. 보고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고객들한테선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기후변화, 녹색성장, 저탄소 정책 등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영국의 한 매체가 세계 펀드매니저 250명을 상대로 2009년 설문조사한 결과, 기후변화 리서치 부문에서 우리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를 시작한 직후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이 바로 ‘변화’라는 단어였다. 기후변화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기에 그가 변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하는지 궁금해졌다.

-기후변화가 일으킬 파장을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가.
“기온이 상승하면 지역에 따라 홍수와 가뭄이 심해진다. 극단적인 날씨 변덕 때문에 농작물 발육이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식료품 산업이 바뀔 수 있다. 과거보다 훨씬 심해진 날씨 변덕을 반영해 건물도 지어야 한다. 건설 비용도 오를 수 있다.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 등에 무시 못 할 영향을 줄 것이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는가.
“물론이다. 기후변화가 야기한 각종 리스크를 보장해주는 보험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 또 지역마다 날씨가 극단적으로 바뀔 수 있다. 지역별 날씨 등을 알려주는 지리정보 서비스가 각광받을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직 미래의 영역이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각국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기후변화·녹색성장과 관련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양하게 개발돼 시장에 나올 것이다.”

로빈스는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치명적인 지구환경 변화마저도 돈 버는 기회로 활용하는 금융그룹의 기민함이 엿보였다. 사실 금융시장에서 ‘변화=돈’이다. 골드먼삭스는 1990년 원자재와 파생상품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고 먼저 움직여 세계 최대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했다. HSBC가 왜 기후변화·녹색성장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 듯했다.

-HSBC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기후변화·녹색성장에 관련된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주는 전문 조직을 만들었다. 최근 구성된 ‘청정에너지 장비그룹’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금융, 재생 가능한 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 밝은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다.”

-HSBC 자체 자금도 투자하나.
“우리는 고객 돈으로 구성된 펀드 3억6000만 달러(4320억원)뿐 아니라 회사 자금 1억2500만 달러 정도를 기후변화·녹색성장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는 트레이더들에게 투자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 외부 고객인 헤지펀드 등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대신 전반적인 트렌드 등을 놓고 트레이더들과 활발하게 토론한다.”

인터뷰 첫머리에 그는 승자와 패자를 이야기했다. 어떤 기업 또는 업종이 승자가 될 수 있을까? 그는 “기후변화는 경영 무대가 바뀌는 일”이라며 “새로운 무대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어떤 기업이 가장 잘하나.
“독일 지멘스는 2009년 매출액 가운데 25%를 기후변화·녹색성장 부문에서 달성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2005년 친환경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기후변화·녹색성장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보고 있지 않다. 핵심 비즈니스로 끌어들였다. 수익을 지속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부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LG 등 한국 기업은 적절히 잘 대처하고 있나.
“녹색성장 전략이 발표되는 등 최근 2년 사이에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바뀐 것이다. 외부에서 보기에 한국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한국 기업이 강점을 보일 분야는 어느 쪽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주목한다. 방대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원자력 건설, LED 전등, 태양광발전, 전기자동차용 전지 개발 등이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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