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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BC주민이 세금 인상에 반발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2010.07.11 01:35 174호 30면 지면보기
7월 1일부터 통합판매세(HST·har monized sales tax)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와 온타리오주에 도입됐다. HST는 주정부 판매세(PST·provincial sales tax)와 연방정부 상품서비스세(GST·goods and services tax)로 이원화돼 있던 판매세제를 일원화시킨 것이다. 즉 이전에는 머리를 자르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BC주의 경우 7%의 PST만 내거나, 5%의 GST까지 덧붙여 12%를 세금으로 냈다. 이제는 기저귀, 유아의류, 여성 위생용품 등 일부 품목들을 제외하고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12%를 내야 한다. 대표적인 두 주(state)가 단일 세제를 도입하면서 캐나다 10개 주 중 6개 주가 HST를 시행하게 되었다.

김우진의 캐나다 통신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세제 단일화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특히 제조업체와 농업 종사자들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생산설비나 농기계류 구입 시 면세 혜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별로 PST 세율 및 적용 범위가 달라 기업들의 전국적인 영업활동에 애로가 있어 왔다. 기업을 유치해 지역 내 신규 일자리가 많이 확보된다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지 연구기관인 프레이저 연구소(Fraser Institute)에 따르면 HST는 장기적으로 저소득층에 유리하고 세금환급 등을 고려하면 일반 주민들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 한다. 고소득층이 내는 세금은 조금 늘어난다 하니 세금균형 효과까지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C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판매세 도입은 그동안 7%의 PST만 지불하던 소비제품 가격과 서비스요금 인상을 초래한다.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부동산 업계, 소상인단체, 요식 업계 등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수밖에 없다. 팁으로 살아가는 식당 종업원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 같다. 일반 주민들 또한 과세 대상이 넓어짐에 따라 생활비가 증가한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마당에 ‘후손들을 위해서’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설득력을 잃는다.

더 큰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똑같은 제도를 도입한 온타리오주의 경우 주민들의 거부감이 BC주만큼 크지 않다. 게다가 세율이 13%로 더 높은데도 말이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2009년부터 새로운 세금의 도입 가능성을 거듭 밝혀 왔다. 아울러 주민의 세금 부담을 경감시켜 주기 위해 특별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커피나 신문 등의 품목에 PST분을 면제시켜 주는 지원책 등을 마련했다. 반면 BC주 집권당인 자유당은 2009년 선거에서 HST를 절대 도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나 총선 승리 후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다.

신뢰의 기대심리가 무너진 유권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이트(fight) HST’에 따르면 BC주 총선투표자의 44%가 반대운동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지금 분위기라면 정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야당인 신민주당(NDP)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제 주체의 기대심리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예상 밖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경제 주체들은 우왕좌왕하게 되고, 새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때까지 혼란이 가중된다. 이미 음모론(conspiracy theory)적 시각까지 등장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의 적자를 보전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사실과 다르다면 고든 캠벨 BC주 총리는 속 터질 일이다.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고객의 신뢰는 생존과 직결된다. 지인이 매달 100만원씩 5년을 넣는 조건으로 방카슈랑스 상품에 가입했다. 내년 2월이면 만기가 되는데 그동안의 이자가 300만원 정도라는 답변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5년을 부어 원금이 6000만원인데 이자가 고작 그거라니 믿기지 않아서다. 이유를 들어보니 상품을 만들었던 보험사의 실적이 저조했고 사업비 명목의 각종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되었단다. 금융위기 때 손해 본 것을 이런 식으로 보충한다면 단기적으로 회사수지에 보탬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지 의문이다. 봉변을 당한 고객이 그 보험회사를 다시 찾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보험 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태도도 못마땅하다.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지만, 고객이 강하게 항의한 다음에야 변명조의 설명만 한다면 책임 있는 회사의 조치라 할 수 없다. 더구나 불완전 판매 가능성도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기대수익률 이하의 성과에 대해서 고객에게 미리 고지하고 양해를 구하는 ‘선제적(preemptive)’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어떠한 노력도 소용없다. 최근에 국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만 보아도 그렇다. 고객이나 국민이나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일관성 있게 대해야 한다. 그래야만 감동 받고 박수를 보내기 마련이다. 청와대 조직개편으로 사회통합수석 자리가 신설된다고 한다. 이 참에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소통의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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