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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 위임 했더니 조직이 절로 바뀌어”

중앙선데이 2010.07.11 01:33 174호 30면 지면보기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Q.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의 네 번째 조건으로 인재 확보를 꼽으셨는데, 어떻게 해야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인력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까? 인사 시스템은 어떻게 짜야 하나요? 교육제도는 어떻게 바꿔야 하죠? 조직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영구루와의 대화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④

A.인천국제공항공사에 부임한 후 인사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새 인사 시스템의 핵심은 인사권의 위임과 전 직위를 대상으로 한 직위 공모제(Job Posting) 도입입니다. 저는 사장으로서 저에게 직접 보고하는 본부장 인사만 합니다. 나머지 인사권은 하부조직에 위임했어요. 그래서 본부장은 처·실장을, 처·실장은 팀장을, 팀장은 같이 일할 팀원을 임명합니다. 자신이 쓸 사람을 자기 손으로 뽑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죠. 인사의 원칙은 공정성·투명성·일관성 이 세 가지입니다. 이 원칙을 어기면 인사권을 회수하겠다고 했어요. 인사팀엔 이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조사를 벌이도록 했죠.

인사 대상자인 직원들은 공모한 직위에 3지망까지 지원을 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느 팀장에게서도 선택받지 못한 직원들이 나오는가 하면, 어느 팀장은 그 밑에서 일하겠다는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앞서 채용이 안 되면 집에 갈 각오를 하라고 엄포를 놓았었기에 이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죠. 이런 인사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리더는 리더대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부족한 면을 개선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직의 전 구성원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된 것이죠. 인사 시스템을 바꾸자 조직 자체가 변한 겁니다. 인사권을 위임하고 공모제를 통해 필요한 인력을 충원함으로써 회사 내부에 인력 시장이 형성된 셈이죠. 직원들로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팀장급 이상은 원하는 인력을 뽑아 쓸 수 있어 구성원들도 환영합니다.

이렇게 시스템을 바꾸면 부수적으로 인사 청탁도 차단됩니다. 노조에서도 인사 압력을 행사할 수 없죠. 외부에서 저에게 청탁 전화가 걸려오면 사실대로 “나는 본부장 인사권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인사 원칙을 지키면 원천적으로 밀실 인사니, 정실 인사니 하는 소리가 나오려야 나올 수가 없어요. 가령 국회나 정부 쪽의 누군가에게서 인사 청탁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죠. 투명성의 원칙대로 청탁 받아 인사를 했다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습니까? 투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3년 연속 성과가 최하위 등급이면 퇴출되도록 인사규정을 고쳤습니다. 사실 3년 연속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면 그 조직에는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나쁜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적합한 조직으로 자리를 옮겨줘야 돼요. 이 조직에선 바닥이었지만 저 조직에서는 톱이 될 수도 있거든요. 이런 경우를 잭 웰치가 이렇게 비유했습니다. ‘우리 집 뒷마당에 있는 나무도 뒷집에서 보면 앞뜰에 서 있다’.

어느 하부조직에 속해 있으면서 실적이 2~3년간 바닥이었다면 본인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삼진아웃시키는 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하부조직에서 일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봅니다.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인사 원칙이라는 것이죠. 3년은 말하자면 계약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성과를 못 냈으면 용퇴하는 것이 선진적인 시스템입니다. 우리나라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조직의 구성원은 어느 직급에 속했든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모두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구나 스스로를 리딩하는 셀프 리더죠. 셀프 리더로서 우리는 스스로 두 가지를 자문해 봐야 합니다. 첫째 내가 고용주라면 나 자신을 채용하겠는가, 둘째 내가 고용주라면 나에게 지금 내가 받는 만큼 급여를 지급하겠는가. 만일 현재 급여만큼 주지 않겠다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죠. 그런 점에서 이 두 가지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자기 규율의 준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평가하는 더 실질적인 잣대로 순고객추천지수(NPS: Net Promoter Score)를 원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가 개발한 NPS는 특정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추천 의향을 파악함으로써 해당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특정 제품을 추천하겠다는 고객(Promotor) 수에서 그 제품을 혹평하는 고객(Detractor) 수를 뺀 후 전체 응답 고객 수로 나눠 산출하죠. 이때 추천 고객은 10점 만점에 9~10점을 준 사람, 혹평 고객은 0~6점을 준 사람들입니다. 명품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의 NPS가 80으로 보통 50 이상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GE는 전 사업부가 NPS를 핵심적인 경영관리 지표로 활용합니다.

자, 사람에 대한 평가에 이 NPS를 적용해 볼까요. 누구나 지인들 가운데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처럼 그 사람의 채용 여부를 검토하는 사람에게 그를 추천하는 사람도 있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죠. 물론 중립적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추천하는 사람의 비율에서 혹평하는 사람의 비율을 뺀 것이 50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번 자문해 보시죠. 주변 사람에게 ‘친구나 동료에게 저를 추천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NPS가 얼마나 나올 것 같습니까. 아니 당신이 고용주라면 당신 자신을 채용하겠습니까?

교육제도는 GE로부터 배울 점이 많습니다. GE에서는 피교육자로 선발되면 다들 고무가 됩니다. 선발된 것 자체가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징표로, 교육과정 이수 후 승진의 레드 카펫을 밟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흔히 피교육자의 피가 피곤하다의 피자라는데 GE의 피교육자는 신바람이 납니다. 교육과정은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과제가 부여되는데 예를 들면 중남미 시장에서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을 15% 올리는 전략을 제시하라 같은 과업이 주어집니다. 피교육자들은 중남미 지역을 돌면서 실제로 전략을 짜고,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가전제품 사업부가 부담하죠. 전략을 수립하고 나면 회장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발표한 전략이 좋으면 바로 채택이 돼 실행에 옮겨집니다. 그러니까 승진 가능성이 큰 사람을 교육 보내고, 교육과정은 흥미롭게 만들고, 교육 성과는 실무와 연동시키는 겁니다.
반면 많은 우리나라 기업에서 교육은 교육으로 끝납니다. 교육을 마치면 성과를 프레젠테이션하는 과정 없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주고받고 끝이죠. 아쉽게도 교육의 성과를 활용하는 시도, 교육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우리는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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