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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6) “디오르 여인이 상하이로 간 까닭”

중앙일보 2010.07.09 09:12
4월 로마 휴가 얘기를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을 빠져나올 때였습니다. 큼지막한 광고판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디오르' 광고판이었지요.



바로 이 사진입니다.







꼼꼼히 보도록 하지요. 한 여인이 핸드백을 들고 있습니다. 물론 '디오르'핸드백일 겁니다. 여인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모습입니다. 옆 신사가 여인의 팔을 잡습니다. '가긴 어딜, 보낼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배경은 상하이 푸둥(浦東)입니다. 이탈리아 광고판에 웬 상하이….



광고판 앞에서 상념에 빠지게 됩니다. 무릇 모든 그림에는 스토리가 있는 법, 이 광고에도 스토리가 있을 듯 싶었습니다. 배경 푸둥이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뭐, 느끼는 것 없어?'라고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아내는 '바티칸에서 그림을 많이 보더니 별걸 다 생각하네'라고 핀잔입니다.



여행은 끝났습니다. 다빈치 공항의 광고판은 내 머리에서 사라지는 듯 했지요. 그러나 '디오르 여인'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납니다.



4월 말 엑스포 취재를 위해 상하이에 갔습니다. 베이징을 거쳐 홍차오(紅橋)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에서 낮익은 여인이 저를 맞이합니다. 벽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이었지요. 이 사진입니다.(함께 취재 갔던 중앙일보 김형수 기자 촬영)







'아니, 이 여인이 여길 어떻게….' 그 핸드백, 그 표정 그대로였습니다. 반가웠습니다. 1개월 만에 아름다운 여인을 재회했으니 말입니다. 그 매혹에 빠져들 수밖에요.



그랬습니다. 로마에서 신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던 그 여인은 상하이로 온 것입니다. 다빈치 공항 사진의 뒷 배경은 그 여인이 꿈꿨던 곳이 어디 였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지요. 그게 바로 다빈치 공항 디오르 광고의 비밀이었습니다. '다빈치 코드'였던 게지요.



저에게 다빈치공항의 광고판이 던지는 의미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세계 명품 브랜드가 지금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겁니다. 디오르 여인이 상하이로 왔듯 말입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보석·화장품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은 약 9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 명품 소비액의 27.5%입니다.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지요. 통계를 집계한 세계사치품협회(WLA)는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2015년 146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대 럭셔리 소비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소비시장의 꽃이라는 명품브랜드 시장에서 조차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이지요.



항저우(杭州)에 들렀습니다. 시내 중심가 쇼핑센터인 완샹청(萬象城). 이곳 1층에 루이뷔통 매장이 엑스포를 앞두고 오픈했습니다. 매장 면적 1800㎡. 루이뷔통의 단일 매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꼭 이렇게 넓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웃습니다. 명품브랜드 소비 붐이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를 건너 이웃 2급도시로 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품브랜드의 움직임은 글로벌 소비시장의 트랜드를 보여줍니다. '세계 공장'이라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루이뷔통이건 디오르건, 프라다건, 명품 브랜드는 이제 이 시장에서 운명을 건 한 판 시장쟁탈전을 벌여야 할 판입니다.



'디오르 여인'인 상하이로 온 이유,

이제야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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