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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민연대, KB금융 회장 선출에 개입 의혹

중앙일보 2010.07.09 01:42 종합 4면 지면보기
지난해 2월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선진국민정책연구원의 세미나.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연구소의 행사인 만큼 여권 인사들이 많이 나왔다.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비롯, 한나라당 국회의원 4명과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초대 이사장인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녹색성장을 주제로 한 이 세미나의 비용을 후원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후원금은 4000만원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선 이 행사가 박 차장과 선진국민정책연구원, 국민은행과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선진정책연구원 4000만원 후원, 사외이사 선임 … “강정원 행장, 박영준 의식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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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된 사실=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인 유선기씨는 2008년 7월께 국민은행과 1년간 노사 문제에 대한 자문 계약을 했다. 자문료는 월 1000만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엔 연구원이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녹색성장, 사회통합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세미나에 4000만원을 지원한 사실이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원과 국민은행의 관계는 이후에도 끈끈하게 유지됐다. 연구원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가 지난해 3월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조 대표를 추천한 사람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지지하는 사외이사라는 게 복수의 KB금융 관계자의 말이다.



조 대표 역시 이사회 내부에선 친강정원계 인사로 분류됐다. 지난해 KB금융 이사회는 친황영기 회장파와 친강정원파로 나뉘어 대립했고, 수적으로 친강정원파가 우세했다. 강 행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 문제로 황 전 회장이 물러나자 지난해 12월 이사회 내의 판도를 바탕으로 새 회장 후보로 선출됐다.



◆해명과 남은 의혹=익명을 원한 은행권 인사는 “2008년 KB금융 회장 경쟁에서 황영기 전 회장에게 밀린 강 행장이 우호 세력을 만들기 위해 자문 계약과 후원을 활용했다”며 “강 행장이 선진국민정책연구원에 접근한 것은 정권 실세인 박 차장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차장과 강 행장과의 관계는 아직 드러난 것이 없다. 유선기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조(신용보증기금)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충분히 국민은행에 자문을 할 자격이 된다”며 “강 행장과 박 차장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부인했다.



강 행장은 유 이사장의 자문역 계약과 연구원 세미나 지원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차장과의 관계 등 다른 의혹을 묻는 질문엔 “미안하다. 지금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강 행장은 지난해 12월 KB금융 회장 후보에 선출됐지만 회장 선임 절차를 더 진행하지 못했다. 경쟁 후보 2명이 “선출 과정에 공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면접에 불참했는데도, 단독 면접을 강행한 게 되레 역풍이 됐다. 12월 중순부턴 금감원이 강 행장의 운전기사 2명을 야간 조사하는 등 주변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전검사가 시작됐고, 결국 강 행장은 지난해 말 회장 내정자 직에서 물러났다.



KB금융은 올해 3월 사외이사 3명을 교체하고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을 새 회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 과정에서 TK 세력이 어 내정자를 밀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어 내정자는 “내가 인맥이 어디 있느냐. 난센스다”고 말했다.



전직 금융계 고위 인사는 “지난해 12월엔 정권 핵심부에선 강 행장의 회장 선임을 놓고 지지한 쪽과 반대한 세력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반대하는 쪽이 승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유력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정 실장은 7일 “후보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에 정정보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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