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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이 학생 1인당 2만원 수학여행 뒷돈 챙겨

중앙일보 2010.07.09 00:58 종합 18면 지면보기
‘학생 한 명당 8000~1만2000원. 버스 한 대당 하루 2만∼3만원’


업자로부터 ‘학생 수대로’ 사례비
서울 초·중학교 교장 138명 적발

수학여행을 유치한업체에서 교장선생님에게 건네는 뇌물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8일 수학여행 관련 업체 선정 대가로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초·중등학교 교장 138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 한 명당 사례금을 정해놓고 업체와 뇌물 액수를 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006년부터 올해 1월까지 업체로부터 500만원 이상을 받은 전·현직 교장 36명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500만원 미만을 받은 전·현직 교장 102명은 교육청에 통보했다. 이들에게 모두 6억8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H관광 대표 이모(54)씨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S초등학교 교장 김모(60)씨는 관광버스 업체와 숙박업체 대표로부터 3년간 2820만원을 받았다.



이 초등학교가 수학여행·수련회·현장학습 등을 할 때 H관광의 전세버스를 이용하고, 숙소는 경주시에 있는 J유스호스텔에 묵는 대가였다. 관광버스 업체는 학생을 태운 버스 한 대당 하루 2만~3만원을 교장에게 주는 사례비로 정했다. 숙박업소 측은 학생 1인당 8000~1만2000원을 뇌물로 책정했다. 200여 명의 학생이 2박3일짜리 수학여행을 가면 학생 1인당 2만원 안팎의 사례금이 교장에게 전해졌다.



김씨는 200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2020만원을, 숙박업소 대표에게 네 차례에 걸쳐 800만원을 사례비로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 1인당 수학여행비는 15만원 안팎이었는데, 그 경비의 15% 정도가 교장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적발된 이들 중 대부분(131명)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7명은 중학교 교장이었다. 이 중 86명이 현직이고, 52명이 퇴직했다. 특히 서울 지역은 전체 초등학교(587개) 중 114곳(19.8%)이 적발됐다. 다섯 곳 중 한 곳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이다.



적발된 교장들 중 상당수는 교장실에서 업자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다. “정산된 금액이 틀렸다”며 업자로부터 추가로 돈을 요구한 교장도 있었다. 업체 대표들은 사례비가 적을 경우엔 일정 기간 돈을 모아뒀다가 분기별로 정산하기도 했다.



한편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날 초·중·고가 수학여행업체를 선정할 때 반드시 조달청의 ‘나라장터(종합전자조달시스템)’를 통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당초 5000만원 이상이었던 전자계약 의무화 범위를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학교가 여행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도 두 단계로 강화했다. 우선 각 학교는 조달청이 심사를 통해 미리 계약을 체결한 여행업체들 중에서 5곳을 선정한다. 이어 이들 업체로부터 2차 제안서를 제출받아 재심사를 거쳐 최종 업체를 결정하게 된다.



이원진·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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