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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세월초교 강성호 교장, 폐교 위기 시골학교에 도시학생들 몰려 오게 해

중앙일보 2010.07.09 00:53 종합 18면 지면보기
8일 오전 8시30분, 경기도의 오지 농촌마을인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 세월초등학교 앞. 야트막한 야산과 접해 있는 이 학교 정문 앞은 등교하는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주로 서울과 성남·구리 등 도시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다. 불과 1년4개월 전만 해도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학교가 도회지 학생들로 붐비는 이유가 뭘까. 이 학교 강성호(58) 교장선생님의 창의적인 교육이 일궈 낸 성과다.



경기도 양평군 세월초등학교 강성호 교장이 지난해 8월 말 교내 도서실에서 2학년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고 있다.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칠 뿐 신문에 날 일이 아니라며 사진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세월초등학교 제공]
강 교장은 2008년 9월 부임했다. 당시 학생 수는 54명. 관련 규정상 학생 수가 60명 이하여서 폐교 대상이었다. 8년째 학생 수는 60명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초등학교가 사라지면 농촌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못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동문·교사들이 펼치고 있던 농촌 초등학교 살리기에 앞장서기로 했습니다.” 강 교장의 회고다.



그는 우선 일반 학교에서와 같은 입시 위주의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자연과 호흡하며 체험하는 특화된 교육방법을 고안해 실행에 옮겼다. 문화예술 교육을 정규 학습 과정에 도입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학생들은 2008년 가을부터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연극을 공연하며, 목공예 작품도 만든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을 초빙하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다. 지난해 1월부터는 가정을 대신해 학교에서 방과후 생활을 지도하고 식사를 해결하는 ‘방과후 교실(보금자리 학교)’도 운영 중이다. 현재 20명의 학생이 교내에서 외부 강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공부와 휴식 및 취미 활동 같은 생활지도를 무료로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5명은 저녁까지 먹고 밤 시간 집에 돌아간다.



방과후 교실은 특기적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컴퓨터·미술·야구·가야금·독서논술·사물놀이반을 개설,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교육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학여행도 학생들이 주도하는 체험학습 위주로 실시하고 요리 실습은 물론 밭농사, 고궁 견학, 자연체험 같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실시한다. 여름과 겨울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교사들과 수영장 및 스키장을 찾아 계절 체험학습에도 참가한다. 강 교장은 “인성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학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정규학습은 7명의 교사가 학급당 10명에서 24명인 학생을 거의 일대일로 지도한다. 장애학생 4명도 있는데 이들은 특수교사 1명과 특수보조교사 1명이 가족처럼 지도하고 있다.



이 같은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도시 학생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명씩 입·전학해 왔다. 전체 학생 수는 강 교장이 부임한 2008년 9월 54명에 비해 배 가까운 94명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서는 빈집과 전셋집을 구할 수 없다. 일부 학생은 8㎞ 거리의 양평읍에 살며 장거리 통학까지 하고 있다. 서울에서 이사 온 정민영(9·3년)양은 “시냇물에서 물고기를 잡고 도롱뇽과 딱정벌레를 맘껏 구경하고 뛰놀며 공부할 수 있어 재미있다”며 “수업을 마친 뒤에는 가야금까지 학교에서 배워 신이 난다”고 말했다.



양평=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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