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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250억짜리 태평양전쟁 드라마 ‘퍼시픽’

중앙일보 2010.07.09 00:28 종합 27면 지면보기
“한국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작품.” 요즘 방영 중인 ‘전우’와 ‘로드넘버원’이 제작발표회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제시했던 목표다. 이 말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사실적인 전투 장면을 재현하고, 병사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현대적인 전쟁드라마의 교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다. 이 작품으로 2002년 에미상 감독상 부문을 수상하고, 후속작 격인 ‘퍼시픽’(The Pacific)에서 공동 프로듀서 겸 연출로 참여한 토니 토(사진) 감독을 e-메일로 만났다. ‘퍼시픽’은 미 현지에서 올 상반기 HBO TV를 통해 방영됐다.


머나먼 섬, 낯선 정글에서 그들은 왜 죽어가야 했나
토니 토 감독 e-메일 인터뷰

◆전투모 아래 병사들=1970년대에도 ‘매쉬(Mash)’나 ‘전투(Combat)’ 같은 전쟁드라마가 있었다. ‘매쉬’는 한국전 당시 미국 야전병원의 에피소드를, ‘전투’는 미군이 벌이는 권선징악형 전투를 그려 인기를 모았다. 토 감독 역시 이들 드라마를 보고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다. 그러나 그는 가장 영향 받은 작품으로 주저 없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꼽았다. 이 영화를 감독한 스티븐 스필버그와 주연 톰 행크스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을 공동 제작한 파트너들이기도 하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이어 2차 세계대전을 그린 후속작 ‘퍼시픽’. [스크린채널 제공]
“우리 작품들이 2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긴 해도, 궁극적으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쟁이 아니다. 스필버그가 말한 바, 우리는 ‘전투모 아래(under the helmet)’에 초점을 맞춘다. 병사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그것이 어떤 내적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그리는 것이다.”



미 공수사단의 노르망디 작전 등을 다룬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달리 ‘퍼시픽’은 제목 그대로 태평양 전쟁이 배경이다. 실존 병사들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재현하는 방식은 같지만, 전작에 비해 전투는 지리멸렬하게 전개된다. 게다가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뚜렷이 성장하는 캐릭터도 드물다. 토 감독에 따르면 이것이 태평양 전쟁의 특성이었다.



“유럽에서 전투는, 파리 번화가에서 승리를 만끽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태평양 전쟁은 온통 정글뿐이었다. 병사들은 낯선 섬에서 어떠한 대가도 없이 희생됐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우리는 전우애와 인내에 관해 얘기했다. ‘퍼시픽’에선 한발 더 나아가 전쟁의 대가(cost of war)를 탐색하려 했다. 우리의 아버지, 아들, 연인을 전쟁에 내모는 것,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당신은 누군가에게 당신을 위해 싸워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한국에서 6·25전쟁 드라마가 다수 방영 중이라고 하자 그는 “이데올로기나 색깔에 치우치지 말고 인간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당 25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인 ‘퍼시픽’은 국내에선 스크린 채널을 통해 방영 중이다. 9~11일 총 10부작을 밤 11시~새벽1시에 몰아보기로 편성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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