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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FTA, 미 의회 비준 받으려면

중앙일보 2010.07.09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미국 유권자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을 심판할 기세다. 선거 전까지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민주당의 상당한 의석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은 선거 결과가 양국 관계,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미 유권자들은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 분노를 느끼고 집권 민주당에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실업률은 10%에 육박하고,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을 우려한다. 금융 위기에 따른 자산 가치 폭락은 미국인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를 구제한다며 쏟아 부은 공적자금 등으로 정부의 빚과 씀씀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지자 결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과 노동조합 설립 조건 완화 등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실망했다. 미 선거를 좌우하는 무당파 유권자들도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현역 의원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상·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지키느냐는 오바마의 리더십과 경제 운영에 달렸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대처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진전 여부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론 조사 결과 오바마의 업무능력에 대한 신뢰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민주당의 선거 패배를 짐작하게 한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한다 해도 민주당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한·미 군사·안보 관계는 굳건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을 굳건히 지지한다. 양국의 강력한 관계는 금융 위기 대처와 핵무기 확산 금지, 기후 변화 등 다양한 국제 협력뿐 아니라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의 인간적 유대 덕분에 더 끈끈해지고 있다.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길 경우 양국의 실질적 관계는 더 강화될 수도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안보 문제에 더 강경하고, 이 대통령의 보수노선과도 잘 맞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약진은 미 의회의 한·미 FTA 비준에도 유리하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한·미 FTA 통과를 주창해 왔다. 미 의회가 미적대는 사이 한국이 유럽연합(EU)이나 인도와 FTA를 체결해 미 산업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서다. 그러나 공화당이 선거 승리에 도취돼 오바마의 초당적 협력을 거부할 경우 한·미 FTA는 정치 논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오바마는 최근 토론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중간선거 이후 한·미 FTA 처리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한·미 FTA에 반대하고 경제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는 걸 감안하면 오바마의 약속은 한국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이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꼽을 만하다. 그럼에도 한·미 FTA가 미 의회 비준을 받기까지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한·미 FTA에 찬성하는 민주당 온건파 일부가 중간선거에서 패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조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은 FTA에 강력 반대하고 있으며, 중간 선거 이후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오바마도 지지기반인 이들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한·미 FTA 통과의 기회는 중간 선거 직후부터 내년 중순까지라는 한정된 기간이다. 이 기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물 건너 간다. 2011년 중순 이후 미 정치권은 다음 해 대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 미국은 태평양 주변 국가 전체로 FTA를 확대하는 범태평양파트너십(TPP)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한국이 FTA를 성사시키려면 중간선거 이후 미 의회의 우호적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미국에서 한·미 FTA 통과의 걸림돌은 주로 정치적인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 미국의 정치 현실은 한·미 FTA의 일부 조항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바마가 의회 비준을 요청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오바마도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방안을 찾기 원할 것이다. 그러나 미 중간선거 이후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마련하려면 한국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양국 정상은 한·미 FTA 성사를 위해 실용주의와 리더십, 정치적 용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석한 변호사·미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 시니어 파트너

정리=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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