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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지막 승부수

중앙일보 2010.07.09 00:25 경제 19면 지면보기
<준결승 3국>

○·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12보(137~157)=하변에서 흑은 크게 당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조금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세에 몰려 한 집이 하늘 같은 흑엔 그 ‘아주 조금’이란 것조차 저승사자처럼 무섭게 다가온다(137~145까지 흑은 꼬리 넉 점을 잡았으므로 본래의 끝내기에 비해 한 집 두텁게 손해 봤다).



어차피 비세라면 137로 옥쇄를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게 ‘참고도’이고 결론은 천지대패인데 흑엔 팻감이 없다. 뻔히 안 되는 길임을 알면서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수심이 깊어가는 이창호 9단과 달리 승세를 잡은 추쥔 8단의 눈빛은 갈수록 초롱초롱해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의 신화였던 이창호였다. 그 ‘이창호’를 꺾고 세계무대 결승을 향해 나아가는 이 순간 추쥔의 몸은 에너지로 넘쳐날 수밖에 없다. 148은 두텁게 집을 확보하며 귀의 사활을 위협하는 수. 149로 밀어 올 때 150으로 잡아 드디어 판 위의 변수는 모두 사라졌다.



대국장은 깊은 정적을 깨며 초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검토실은 중국 기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해지고 있었다. 바로 이 무렵 이창호 9단으로부터 마지막 승부수가 터져 나왔다. 157은 약간 무리수 느낌이지만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작심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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