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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제품은 유통기한만 쓰시나요? 우린 제조일자도 표시해요

중앙일보 2010.07.09 00:21 경제 15면 지면보기
유통기한뿐 아니라 실제 제조일자 등을 겉면에 표기한 제품들. 1 커피 원두를 볶은 날짜를 알리는 던킨 도너츠의 매장 부착용 포스터. 2 포장일자와 산란일자를 함께 적어놓은 풀무원계란. 3 제조일자와 함께 녹즙을 짠 착즙일을 표기한 대상웰라이프의 녹즙. 4 식품업계 최초로 제조일자 표기제도를 도입한 서울우유.
서울우유는 지난해 7월부터 우유 포장 겉면에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다. 유통기한만 적어놓던 기존의 관행을 뒤집은 것이다. 우유 제조일자 표기는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를 때 신선도를 가장 중시한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제조일자 표기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시작 두 달 만에 이 회사 제품의 하루 판매량은 4일 연속 1000만 팩을 돌파했다. 전체 우유 시장에서 팔리는 우유의 40% 이상이다.


우유·두부 등 신선 먹을거리서 시작, 커피·녹즙으로 확산

풀무원도 소비자들에게 두부뿐 아니라 냉면 등을 비롯한 자사 제품에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있다. 특히 계란은 포장일자뿐 아니라 산란일자까지 함께 적어놓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란 포장일자보다 실제로 신선도를 결정하는 산란일을 표기해 소비자들의 구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명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 제품 겉면에 제조일자 등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 포장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소비자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업계 최초로 이 제도를 도입한 서울우유의 경우 일평균 우유 판매량이 8%가량 뛰어올랐다. 제품 제조일자 표기를 시작한 지난해 매출은 사상 최대치인 1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계에서는 파스퇴르유업이 자사 제품에 제조일자를 표시하고 있다.



우유뿐 아니라 테이크아웃 커피업계에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원두의 신선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던킨 도너츠·로티보이·할리스 커피 등은 원두를 볶은 로스팅 일자를 직접 밝히고 있다. 특히 던킨 도너츠는 전국 각 매장에 커피 원두의 제조일자를 직접 게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조일자 표기가 후발 주자들에게는 새로운 마케팅 무기로 활용된다. 기존 1위 제품이 시장에서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웰라이프는 지난해 말 녹즙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사가 만드는 녹즙(16종)과 건강즙(9종)의 ‘제조일자’와 함께 녹즙을 짠 ‘착즙일’을 표기했다. 또 “만든 지 하루가 안 된 제품”이라는 문구를 제품에 넣어 신선함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아이스크림 업체들도 제조일자 표기제도를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이스크림 ‘카페 띠아모’는 자사의 모든 아이스크림에 제조일자와 만든 시간 등을 표시하고 있다. 만든 지 72시간이 지난 제품은 전량 폐기하는 등 신선도 지키기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롯데제과는 자사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포장에 제조연월을 표기해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최근 쌀 포장지에 도정일자를 찍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쌀은 도정 직후부터 산화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언제 도정했느냐가 맛과 영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신선제품뿐만 아니라 전통주나 맥주 같은 기타 식품군에서도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조일자 표기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순당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제품 이력 관리 시스템 서비스를 마련해 대표 상품인 백세주에 대한 이력 조회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국순당 홈페이지의 제품소개 코너에 해당 제품의 용량과 병 뒤쪽 라벨에 찍혀 있는 제품번호를 입력하면 제조일자 등 관련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이트맥주도 병과 캔 제품은 제조일로부터 365일, 페트병은 180일의 기한을 표기한 ‘음용권장기한 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확한 생산일자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최근 높은 신뢰도를 중시하는 소비자 패턴이 강화되면서 제조일자를 표기하는 업체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엄격한 품질관리가 선행돼야 제조일자도 표기할 수 있는 만큼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에서는 따라 하기 힘든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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