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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현대에 신규 대출 중단

중앙일보 2010.07.09 00:19 경제 1면 지면보기
현대그룹과 채권은행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 종로구 연지동의 현대그룹 본사에서 8일 한 직원이 층별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김태성 기자]
마주 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와 같은 모습이다. 현대그룹과 채권은행협의회의 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외환은행 등 현대그룹 채권은행협의회는 8일부터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거부한 현대그룹에 극약 처방을 내렸다.


경영평가 시각차 … 충돌 치달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약정체결 시한을 3번이나 연장했는데도 현대그룹이 거부했기 때문에 제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도 강경하다. 외환은행과 거래를 끊고 주채권은행을 변경해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과 채권은행의 강경 대치를 보면서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부실 우려가 있는 대기업그룹(주채무계열)을 정해, 그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은행과 대기업그룹이 하는 약속이다. 양해각서(MOU)라는 형식을 취한다. 이 약정을 맺으면 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매각 ▶부실 계열사 정리 ▶부채 감축과 같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은행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재무구조 평가에 대한 시각차다. 약정 체결 대상에 포함된 일부 기업들은 채권은행의 경영평가에 반발한다. 현대그룹은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최근 개선된 데다 향후 전망도 밝아 과거 실적만을 기준으로 한 평가는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채권은행의 입장은 다르다. 형평성을 고려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 때문에 일단 약정을 체결한 뒤 실적이 좋아지면 다음 번 평가 때 약정 체결 대상에서 빠지면 된다는 시각이다. 양측의 시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충돌은 앞으로도 재발할 여지가 많다. 여기엔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부각되고 있다. 업종 특성상 평가 방식과 기간 등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예컨대 현대상선 같은 해운업종은 경기 회복을 앞두고 선박 발주 같은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업황 전망 등에 맞춰 평가 기간이나 조건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데드라인을 정해 드라이브를 거는 금융당국의 경직성이 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는 것이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잠시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 그룹이 은행 지원 등을 통해 건강한 그룹으로 거듭나는 절차다. 결국 평가와 판단은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글=김종윤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대기업그룹 주채무계열=금융권 전체 대출 중 0.1% 이상을 차지해 특별관리가 필요한 대기업 그룹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조3946억원 이상 빚을 낸 기업들이다. 금융감독원은 1년에 한 번씩 대상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곳 감소한 41개 그룹이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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