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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사람들 ⑦ 천안 ‘현대약국’ 조병주 약사

중앙일보 2010.07.09 00:18 5면 지면보기
“2년 전 청주에서 나보다 한 살 더 많은 사람이 나타나 최고령상을 타기는 이젠 힘들어졌어.”


씽씽~ 쌩쌩~ ‘바람돌이’ 나가신다

천안 구성동에서 현대약국을 운영하는 조병주씨는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의 스포츠광이다. 60대에 들어선 마라톤·인라인스케이트·MTB에 심취해 있다. [조영회 기자]
조병주(74·천안 구성동)씨는 몇년 전까지 인라인스케이트대회에 나가면 항상 최고령 참가상을 독차지했다.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상을 타려면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직 약사로 일하는 그는 인라인 연습할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평일엔 약국을 지켜야 해서 문을 닫는 일요일에 연습을 해. 요즘은 대회나갈 때만 연습을 하게 돼.” 조씨는 노인으로선 ‘철인(鐵人)’ 축에 든다.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네 번 도전해 세 번 성공했다. 한번은 물을 많이 먹어 물 배탈로 중도 기권했다. 10㎞ 및 하프(21.0975㎞)코스는 수도 없이 했다. 기록은 10㎞는 1시간 안팎, 하프는 2시간20분대다.



그가 기록경기에 도전한 것은 60세를 넘긴 나이였다. 1999년(63세) 마라톤, 2003년(67세) 인라인스케이트, 2007년(71세) 자전거(MTB)를 차례 차례 시작했다. 조씨의 운동 매니저를 ‘자처’하는 부인 이신숙(69)씨는 “남이 하는 건 다 하려는 노인네”라며 “하고 싶어하는 건 절대 못 말린다”고 했다. 스킨스쿠버도 하려고 했지만 물속에서 호흡이 가빠 할 수 없었다.



마라톤 첫 출전은 1999년 9월 제1회 중앙일보마라톤대회였다. 큰 사위가 “아버님은 잘 뛰실 수 있다”며 권했다. 처음엔 겁도 나고 해서 5㎞코스를 신청했다. 뛰어보니 더 뛸 수 있을만큼 힘이 넘쳤다. 이듬해 3월 하프코스에 도전, 거뜬히 완주했다. 드디어 2001년(65세) 10월 풀코스에 도전했다. 5시간39분의 ‘괜찮은’기록으로 완주했다. 조씨는 “주위에서 걱정도 많이 했지만 더 나이가 들면 어려울 것 같아 약간 무리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5개월 후 또 풀코스를 뛰었다.



조씨는 원래 운동을 좋아했다. 크지 않은 키(166cm)지만 축구도 잘했다. 부인 이씨는 남편의 운동 편력을 줄줄이 꿴다. 부인 설명에 따르면 조씨는 1969년 천안에 약국을 열면서 동네 축구를 열심히 했다. 30대로 팔팔할 때다. 경기 중 다른 선수와 충돌해 이가 부러지기도 했다. 40대엔 테니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50대에 들어선 골프에 입문했다. 테니스·골프가 대중화되기 전 항상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다. 2000년 골프를 그만둘 때 ‘싱글’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등산은 골프와 함께 했다. 조씨가 어울리던 등산모임의 최연장자는 그보다 10세 아래였다.



그는 기초체력이 좋다. “고향(예산 대술면)에서 예산읍내에 있던 예산농고까지 20리길(8㎞)을 3년간 매일 걸어다닌 게 큰 힘이 된 것 같다.” 조씨는 요즘은 마라톤보다 인라인에 푹 빠져있다. 지난해 인천대교 개통기념 대회, 올해 5월엔 새만금방조제 준공기념 대회에 참가했다. 조씨는 대회 출전엔 항상 아내를 대동한다. 그가 “아내는 내 코치이자 매니저”라고 말하자 부인은 “저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아플 겨를이 있겠어요. 쥐띠라 그런지 가만히 있질 못 해요. 항상 뭔가를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요.” 부인 이씨는 남편과 달리 서예·문인화·시쓰기 등 정적인 취미활동을 한다. 남편 대신 마라톤·인라인 대회 참가기를 써서 많이 입상하기도 했다.



부인은 ‘기록원’이다. 남편의 대회 출발 모습, 들어오는 모습을 꼭 카메라에 담는다. 남편의 운동 기록을 꼼꼼히 챙긴다. 취재가 있던 날, 남편을 인터뷰하는 기자 모습까지 카메라로 찍었다. 남편과 관련된 일을 모두 기록해두 게 영락없는 매니저의 모습이었다.



혹 남편이 부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엔 걱정을 안 했다. 하지만 남들은 다 들어오는데 남편만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초조하기 이를 데 없다”며 “그 때마다 절대 따라오지 않겠다고 결심하는데 또 오게 된다”며 웃는다.



조씨가 사이클을 시작한 건 2008년 대전서 열린‘신(新)1인3종 경기대회’가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철인3종경기의 수영 대신 인라인스케이트가 추가된다. 인라인스케이트(15㎞)를 탄 후 사이클(22.195㎞)로 달리고 마지막 코스는 마라톤(5㎞)이다. 그래서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채운다.



그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 안전장구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만약 부상하면 약국 문은 누가 여나 걱정되고, 병 수발 들려면 부인만 고생이기 때문이다. 헬멧 쓰고, 손목·팔꿈치·무릅 보호대에 엉덩이 보호대까지 찬다. 그는 “엉덩이 보호대 찬 사람은 보기 흔치 않다”며 “요즘은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장마비 속에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달렸다. [조병주씨 제공]
마라톤은 이제 무리하지 않으려한다. 하프 코스도 안 뛰려 한다. 지난해 인천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 대회 때 완주 후 귀가하는데 마라토너들이 많이 겪는 족저근막염 증상 때문에 고생했다.



운동할 때 절대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 조씨는 “무리해서 될 나이도 아니고 그러면 더 오랫동안 인라인·MTB를 즐기지 못한다” 고 말했다. MTB를 타지만 산에 오르진 않는다. 평탄한 도로를 따라 구성동에서 풍세·광덕 정도 다녀오는 데 만족한다.



조씨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약국을 열려고 한다. 아침 일찍부터 10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약사 일이 만만치는 않다. 그러나 이런 ‘격한’ 운동을 즐길 정도로 건강이 허락하니 약사 일도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는 “내가 얼마나 더 운동과 약사 일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까진 열정적으로 두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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