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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마트, 이번엔 상품 가짓수 다이어트 경쟁

중앙일보 2010.07.09 00:07 경제 11면 지면보기
상품 수를 줄이기 전(위쪽)과 후의 매장 진열대 모습. 신세계 이마트는 제품 용량을 통일하고 비인기 상품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공식품 수의 25%, 일상용품 수의 30%를 줄였다. [신세계 이마트 제공]
최근 신세계 이마트는 브랜드별로 4~5가지 용량의 세탁세제를 팔던 것을 하나의 용량으로 통일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이런 방식으로 종전 100여 종이던 세탁세제 제품 수를 50여 종으로 줄였다. 간장과 고추장 등 장류 제품도 제조사마다 제각각이던 제품 용량을 통일시켜 상품 가짓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가격전쟁 이어 2라운드 돌입

롯데마트도 지난해 말부터 상품 가짓수 줄이기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만여 종에 달했던 판매 상품 수를 올해 안에 3만4000여 종으로 15%가량 줄일 계획이다.



올 초 가격 할인 경쟁으로 치열했던 대형마트 업계가 이번에는 상품 가짓수(Stock Keeping Unit) 조정 경쟁에 나섰다. 가격전쟁에 이은 2라운드인 셈이다. 이들 업체는 3~4년 전까지만 해도 판매 상품 수를 늘리는 데 주력했었다.



상품 수 줄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이마트다. 이 회사 최병렬(61) 대표 주도로 올 초 7만여 종에 달했던 상품 수를 6개월 새 5만3000여 종으로 줄였다. 연말까지 4만5000종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올초부터 ‘모듈라’라는 매장운영 최적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상품 종류와 단위별로 매출을 분석해 잘 팔리는 상품은 강화하고, 반대의 경우는 퇴출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마트는 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면서 해당 상품의 진열 면적도 매출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장류 매출의 43%가량을 차지하는 고추장의 진열 면적을 된장(19%)의 두 배 정도로 늘린 데도 이 시스템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 고객서비스지원담당 주성탁 상무는 “상품 수가 너무 많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구입할 제품을 고르는 데 오히려 불편을 느끼고, 유통업체도 발주와 진열·재고관리 등에 추가 비용이 든다”며 “매장 관리 비용이 줄어들면서 제품별로 판매 가격을 5~10%가량 낮출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약간 다른 방향이다. ‘줄일 것은 줄이되 늘릴 것은 늘린다’는 원칙이다. 비인기 상품이나 용도와 기능은 같은데 브랜드와 용량이 다양한 중복 상품이 줄이기의 대상이다. 그러나 매출이나 판매량은 적어도 염색약 같은 필수 용품은 제품 수를 유지하거나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2위인 홈플러스는 이들과 달리 상품 가짓수를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고 현재 수준(7만여 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측은 “소비자 선택의 폭을 인위적으로 줄이지 않는 게 영업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이유를 밝혔다.



상품 가짓수 줄이기와 관련해 해외업체의 전략은 엇갈린다. 독일 최대의 대형 마트인 알디의 상품 수는 1000~1500종에 불과하다.



미국 코스트코도 4000여 종의 주력 상품만을 판매한다. 반면 미국 월마트는 최근 상품 수 줄이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취급 상품 종류를 17%가량 줄여 관련 비용을 낮추려 했으나 매출도 덩달아 줄어들면서 궤도를 수정했다.



제조업체들은 상품 수 줄이기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생산 제품 수가 줄어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데다 품질관리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품 규격이 통일되면서 대형 마트와 교섭력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염민선 박사는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했던 10원 전쟁보다는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며 “하지만 어느 쪽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올해 실적이 나오는 내년 초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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