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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타는 해운, 먹구름 여전한 건설 … 왜?

중앙일보 2010.07.06 19:18 경제 7면 지면보기
해운과 건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업종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나자 두 업계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라 할 만하다. 해운업계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1536억원을 올렸다. 전분기보다 12배 이상(1224%) 늘어난 깜짝 실적이다. 반면 건설업계에 낀 먹구름은 여전하다. 최근 채권단이 대기업 구조조정·워크아웃 명단을 발표했지만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슈추적] 현대상선 2분기 영업이익 1536억 깜짝 실적
시장 상황 다르지만 군살 빼기 노력 큰 차이
선박펀드로 유동성 지원한 정부 정책도 효과



두 업계의 기상도가 이처럼 다른 것은 시장 상황에 따른 요인이 크다. 해운의 경우 5월 월간 운송량은 170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운송량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8% 늘어났다. 반면 부동산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와 가격 모두 내림세다. 5월 거래량은 3만2141건으로 최근 4년간 같은 달 평균(4만5368건)에 비해 29.2% 줄었다. 가격도 약세다. 7월 첫째 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서울 -0.05%, 경기 -0.08%, 인천 -0.07%(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조사)로 모두 내림세다. 국토해양부 박경철 해운정책과장은 “주택시장은 국내에 한정된 반면 해운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요인을 오롯이 시장 탓으로 돌리기엔 한계가 있다. 군살을 빼기 위해 노력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올해까지 180여 곳의 해운사 가운데 40개사가 퇴출됐다. 퇴출을 면한 곳도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업계 7위였던 대우로지스틱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말 구조조정을 실시해 280명이던 직원을 130여 명으로 줄였다. 30척 가까이 운영하던 배도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46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이 회사는 5월 현재 900억원의 매출에 수지는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의 구조조정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회가 있었지만 불황과 일자리 부족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미뤘다.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52개 건설사가 강제 워크아웃되거나 퇴출됐지만 전체 기업이 5만여 개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 부분도 짚어봐야 한다. 해운의 경우 선박펀드를 통한 유동성 지원이 유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펀드가 23척(7200억원), 산업은행 펀드가 7척(약 3900억원)을 사들였다. 대우로지스틱스의 경우 인도받기로 했던 선박 대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산업은행이 대신 사들였고, 이를 빌려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임재현 부장은 “정부의 지원책으로 해운업계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이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건설 대책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는 ‘4·23 대책’으로 입주 예정자 급매물 구입자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대한주택보증이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들이기로 했지만 실적은 목표액(1조원)에 한참 못 미치는 1800억원에 불과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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