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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매일 보는 1급 비밀의 비밀은

중앙일보 2010.07.06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매일 아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일일 보고서(President’s Daily Brief)’가 전달된다. 표지에는 ‘최고 기밀(Top Secret)’ 도장이 찍혀 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1964년 12월 1일 첫 보고서를 받은 이래 46년간 이어진 전통이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새롭게 파악된 핵심 정보들이 담겨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미국 정보망에 걸린 민감한 정보들이 실려 있어 대통령과 10명가량의 안보 관련 고위 관리만 볼 수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냈던 애리 플라이셔는 “대통령 일일 보고서는 미 정부에서 가장 민감한 기밀 문서”라고 말했다.


WP, 미 안보팀 24시 밀착취재

패네타 CIA 국장
이 문건은 CIA가 작성한다. 그러나 문건에 들어갈 정보를 만들어 내는 작업에는 국방부·국토안보부·법무부·연방수사국(FBI)·합동참모본부 등 안보 관련 기관이 총동원된다. 워싱턴 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대통령에게 올리는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하루 24시간 전력투구하는 안보 책임자들의 생활을 밀착 취재했다.



OO일 오후 8시40분. 리언 패네타 CIA 국장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태운 C-40 수송기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 공군기지를 이륙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이곳에선 현지 테러조직에 관한 심야 대책회의가 열리기로 돼 있다. 패네타 국장은 한 주에 2~3번은 한밤중에 일어나 파키스탄에서 벌어지는 CIA 작전과 관련,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게이츠 국방장관
오후 10시52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를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호텔에 투숙했다. 국방부 요원들은 객실 내 모든 가구를 치우고 15개에 달하는 통신장비를 설치했다. 발코니에는 위성수신용 접시 안테나가 달렸다. 비밀 카메라의 촬영을 막기 위해 통신장비 위에 텐트가 쳐졌다. 게이츠 장관의 집 지하실에는 경호요원과 통신요원들이 상주한다. 어디에 있든 북한의 핵 실험이나 이란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중요 정보를 즉각 전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침실 옆에 설치된 방음 밀폐시설을 ‘박쥐 동굴’이라고 부른다.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
오후 11시45분.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장관은 자정이 다 됐지만 기밀 보고서를 읽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 없다. 오페라 팬인 그는 “이제 4막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비서관에서 전화를 걸어 안전이 확보된 팩스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묻기도 한다. 다음 날 0시35분. 백악관 안의 상황실은 자정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분주하다. 당직 근무자는 출장 중인 존스 보좌관과 러시아 관리 간에 전화를 연결시켜 줬다.



오전 1시. 버지니아주에 있는 대테러리즘센터(NCTC)에서는 마이클 라이터 소장 주재로 국무부를 포함, 16개 정보기관 담당자들과의 화상회의가 열렸다. 밤마다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라이터 소장은 “잠자는 동안에도 내 머리는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대통령 일일 보고서는 이른 새벽 백악관 부근의 극비 장소로 옮겨진 뒤 대통령의 일과 시작 전에 전달된다. 국방장관 등 10여 명의 안보 담당 고위 관리들도 비슷한 내용을 브리핑 받는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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