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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수 첫 공식행사는 군 공무원 비리척결대회

중앙일보 2010.07.06 00:26 종합 23면 지면보기
5일 당진군 당진문예의전당에서 이철환 당진군수와 직원들이 자정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충남 당진 이철환(64·자유선진당) 군수의 첫 공식 행사는 전국의 다른 자치단체장과 달랐다. 비리 척결대회였다. 당진은 물론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4월에 민종기 전 군수가 추악한 비리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결의대회를 해서라도 명예를 회복해야 할 절박한 처지였던 것이다.


700명 “오명 벗자” 결의문 복창
법조인 참여 민간감사관제 도입

5일 오전 8시30분 충남 당진군 당진읍 읍내리 당진 문예의전당 대강당에 입장하는 군청 공무원 700여 명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대회 이름은 ‘자정 결의대회’. 스스로 비리 군청임을 자인하고 자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박성진 부군수는 “당진군정사에 군수 임기를 자정 결의대회로 시작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진군에서는 6·2 지방선거를 불과 1개월 남짓 남긴 4월 23일 민 전 군수의 비리가 불거졌다. 민 전 군수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관급공사 7건(공사비 102억원)을 C건설회사에 몰아주고 2억9000만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제공받는 등의 혐의로 5월 구속 기소됐다. 당진군청 전·현직 읍·면장 22명(현직 13명)은 공사액 2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사업 57건(5억7000만원)을 군 의원이 소유한 건설회사에 몰아준 혐의(지방계약법 위반)로 지난달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분위기는 시종 무겁고 엄숙했다. 흡사 1970년대 반공 결의대회를 닮았다. 이일순(44) 기획팀장과 안봉순(41·여) 통합조사팀장이 결의문을 낭독하자 대강당은 숙연해졌다. 직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손을 들고 결의문 내용을 복창했다. 이어 군수의 훈수가 이어지자 직원들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대회가 끝나도 대화를 나누는 직원은 찾기 어려웠다.



오성환 총무과장은 “군수 비리사건 이후 직원들은 출근해서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충격이 컸었다”며 “공무원들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리 척결을 위한 6개 항의 직원 결의사항도 나왔다. 예산을 내 돈처럼 아껴 쓰고 투명한 회계절차를 확립하며 자율 혁신으로 행정의 비능률과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뽑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군수도 ‘민간감사관제’를 들고 나왔다. 법조인·시민단체 회원·전직 군 의원·전직 공무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해 군청 공직부패를 감시하고 각종 문제점을 들춰내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진 참여연대 조상연(47) 사무국장은 “수의계약에 연루돼 무더기로 불구속 입건된 군청 직원에 대한 징계가 엄정하게 처리되는지 여부가 군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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