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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전차군단’도 질주

중앙일보 2010.07.06 00:26 경제 8면 지면보기
독일 ‘전차군단’의 질주. 월드컵뿐 아니라 경제에서도 그렇다. 요즘 독일 기계 공장은 중국 등 아시아로부터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 속에서도 ‘나홀로 호황’이다.


기계·자동차·화학 ‘삼각편대’
해외주문 몰려 인력·설비 늘려

3일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8강전에서 첫 골을 넣은 독일 대표팀 토마스 뮐러가 환호하고 있다. 요즘 독일 경제도 파죽지세다. [케이프타운·AP=연합뉴스]
◆쏟아지는 주문=미로슬라프 클로제, 토마스 뮐러, 루카스 포돌스키가 독일 월드컵팀의 삼각편대라면 독일 경제의 삼각편대는 기계·자동차·화학산업이다. 이들이 이끄는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5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기계·화학·자동차 공장들은 쏟아지는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다. 기계산업의 경우 5월 수주액이 전년 대비 61%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곧 숙련된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독일기계산업협회 회장)는 걱정이 나올 정도다.



기업들은 인력과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독일 최대의 특수화학제품 생산업체인 랑세스는 올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50% 늘렸다. 내년에는 더 늘릴 생각이다. 이 회사의 악셀 하이트만 사장은 “일부 라인은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가동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기계류를 생산하는 라이펜호이저는 금융위기 때 해고했던 임시직 근로자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올 들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주문이 두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이 오히려 과열을 걱정할 지경이다.



기업들이 앞다퉈 인력확보에 나서면서 일자리 사정도 크게 나아졌다. 유럽지역의 실업률이 10% 선을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도 독일의 실업률은 연초 8.2%에서 6월에는 7.5%로 낮아졌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대로 성장률 전망치는 올라가고 있다. 지난주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올해 독일 GDP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유로화의 축복?=이번 월드컵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인구 ‘자블라니’는 거의 모든 팀에 재앙이었다. 하지만 일찍부터 이 공을 사용해본 독일 선수들은 오히려 덕을 봤다는 얘기도 나온다.



요즘 경제의 자블라니는 유로화다.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다른 유럽국가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수출 주도형 경제체제인 독일은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상황은 아니다. 이웃들의 원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놓고 중국에 집중되던 비난이 이젠 독일로 옮아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또 유럽의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독일이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역할론도 힘을 얻고 있다.



자연히 독일 정부의 긴축 움직임에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지난달 독일의 긴축이 유럽을 디플레이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만약 독일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유로권에서 빠져주는 게 나머지 지역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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