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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77> 마네킹

중앙일보 2010.07.06 00:14 경제 18면 지면보기
의류 매장에서 마네킹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마네킹은 그 앞을 지나는 고객들의 시선을 끌며 고객을 매장 안으로 유인한다. 마네킹이 입은 상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평균 20~30%가량 높은 매출을 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요즘 명품 브랜드들의 마네킹을 유심히 살펴보면 브랜드마다 고유한 특징들이 있다. 이들 마네킹은 세심한 마케팅 전략 아래 본사에서 직접 만들어 들여온 것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세계 곳곳의 매장에 같은 모양의 마네킹을 설치한다. 일관된 브랜드 컨셉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마네킹의 세계에 얽힌 뒷얘기를 살펴봤다.


남 180cm 32인치, 여 172cm 26인치 … 옷맵시 산다는 마네킹 사이즈죠

최지영 기자



시대 따라 다르다



차렷 자세→몸통만→이 포즈 저 포즈→밋밋 얼굴




마네킹은 미술용·의학용·인명구조용·의상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는 인체 모형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적으로 쇼윈도나 상점 안에 옷을 입혀 전시 진열하는 인체 모형을 가리키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국내 의류 매장에 마네킹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다. 마네킹 제작회사인 동경스타일마네킹이 일본에서 기술을 들여와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종이를 여러 겹 붙여 만든 인체 모형에 가발을 씌워 만들었다. 초기엔 눈이 크고 팔 다리가 긴 서구적인 체형의 마네킹이 주를 이뤘다. 요즘의 마네킹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초기 마네킹은 옷의 전체적인 형태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도록 ‘정자세’로 서 있는 포즈가 일반적이었다. 당시 마네킹 개당 제작 단가는 5000원 정도였다. 자장면 한 그릇이 20~3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비싼 편이었지만, 의류 매장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70년대 초 마네킹은 변화를 맞게 된다. 재질이 종이에서 플라스틱(합성수지)로 대체된 것이다. 종이 마네킹에 비해 훨씬 견고해진 플라스틱 마네킹은 70년대 청바지와 미니스커트 바람을 타고 의류 시장이 커지면서 보급이 가속화됐다. 특히 미니스커트 스타일을 즐겨 입는 여성이 늘면서 마네킹의 다리 라인이 중요해졌다.



70년대 후반 들면서는 전신 마네킹이 토르소(머리·팔·다리가 없고 몸통만 있는 형태) 스타일로 바뀌게 된다. 전신 마네킹에 비해 가볍고 크기도 작아 이동이 쉽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유행됐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전신 마네킹이 다시 각광받게 된다. 패션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부분적인 스타일밖에 보여줄 수 없는 한계를 가진 토르소 마네킹에 비해 전체적인 조화를 표현할 수 있는 전신 마네킹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시기의 마네킹은 바르게 선 자세가 주를 이루었던 60~70년대 마네킹에 비해 자세가 다양해졌다. 앉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누워있는 등 자연스럽고 활동적인 포즈로 제작됐다.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츠웨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역동적 포즈의 마네킹이 필요해진 것도 한 이유였다.



2000년대부터는 추상적이고 모던한 분위기의 마네킹을 쓰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마네킹이 큰 눈에 오뚝한 코를 가진 서구형 얼굴을 가진 반면 이 시기의 마네킹은 구체적인 얼굴묘사 없이 대강의 윤곽만을 가지고 있거나 세부적 묘사보다는 대강의 묘사를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스타일로 변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서 지나치게 구체적인 얼굴 묘사는 오히려 패션 브랜드 특징을 드러내는 데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재질 또한 일반 플라스틱에서 반투명 플라스틱이나 메탈 등으로 다양화됐다.



브랜드 따라 다르다



검은색 고집 돌체앤가바나, 과장된 웃음 모스키노 …




1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수입, 설치한 마네킹. 파란색으로 젊은 느낌을 준다. 2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브랜드 특징을 살린 줄무늬 마네킹. 3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투명 플라스틱 마네킹. 관절의 움직임이 자유롭다. 4 얼굴을 과장되게 표현한 모스키노의 마네킹. [신세계백화점 제공]
요즘 마네킹은 단순히 옷을 진열하는 용도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매장의 컨셉트를 보여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래서 유명 브랜드들은 자신만의 컨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마네킹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경우 최근 매장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마네킹도 교체했다. 새로운 마네킹은 투명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특이하면서도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또 관절부터 손가락까지 움직임이 자유로워 다양한 포즈로 연출이 가능하고 선글라스·신발 및 가방도 들 수 있게 했다.



파란 반투명 플라스틱 마네킹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마니진’의 경우 남자는 키 1m80㎝에 허리 32인치, 여자는 1m72㎝에 허리 26인치로 사이즈가 정해져 있다. 이 사이즈에 옷을 입힐 때 가장 예쁘게 보인다고 한다.



매장 인테리어의 주 색상으로 검은 색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의 경우 마네킹도 검은색이다. 검은색 광택을 입힌 다양한 포즈의 마네킹이 매장을 고급스럽게 하는 효과를 준다.



주로 전신 마네킹을 사용하는 유명 브랜드들과 달리 토르소(몸통) 마네킹을 고집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탈리아 ‘프라다’의 세컨드 브랜드 ‘미우미우’는 토르소 마네킹의 몸통에 옷을 입히지 않고 스카프나 허리띠 같은 액세서리, 또는 비즈(반짝이)가 달린 조끼 같은 단품 하나만을 걸쳐놓는 식이다.



영국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브랜드 특징인 줄무늬 패턴을 마네킹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단색인 보통 마네킹들과 달리 줄무늬 패턴이 토르소(몸통)와 두상 전체를 따라 흐르도록 디자인했다. 이와 함께 제품 종류에 따라 마네킹도 차별화한다. 고급 제품인 ‘골드라인’은 옅은 금색 줄무늬가 들어간 마네킹에 입히고,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드라인’ 제품은 붉은색 줄무늬가 들어간 마네킹에 입힌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모스키노’는 ‘유머와 개성’을 브랜드 컨셉트로 잡고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밝게 웃는 얼굴을 과장되게 표현한 마네킹을 쓴다. 얼굴 윤곽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최근 마네킹 트렌드와는 반대인 것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다른 백화점과 차별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최근 새 마네킹을 들여왔다. 올 3월부터 미국에서 마네킹을 수입해 서울 강남점의 영캐주얼 매장 등 7개 매장에 설치했다. 수입 마네킹의 가격은 개당 200만원으로, 보통 60만원대인 국산의 세 배 이상 되는 가격이다. 파란 색상의 이 마네킹은 일반 마네킹에 비해 역동적이고 젊은 느낌을 준다.



옷 종류 따라 다르다



남성복 매장엔 ‘목’ 적고 여성복 매장엔 ‘목’ 많고




자연스럽고 활동적인 포즈를 살린 아디다스 마네킹.
남성 정장 매장과 여성복 매장에 있는 마네킹을 유심히 살펴보면 차이점이 눈에 띈다. 남성 정장 매장의 마네킹은 80% 이상이 목이 없는데 반해 여성복 매장은 목이 있는 마네킹의 비율이 훨씬 높다. 여성복 마네킹에는 모자·스카프 등 의상과 어울리는 액세서리까지 함께 코디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남성 정장의 경우 가방 외에는 특별히 코디 하는 아이템 없이 옷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목 없는 마네킹이 선호된다.



마네킹의 사이즈 또한 주 고객층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다. 영캐주얼이나 여성의류 브랜드의 마네킹들은 날씬해 보이기 위해 대부분 44나 55사이즈로 제작된다. 하지만 일부 중년 여성복 브랜드 마네킹의 경우엔 고객이 직접 입었을 때와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넉넉한 66사이즈로 제작한다.



마네킹 색상도 옷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정장이나 캐주얼 의류 매장에서 사용하는 마네킹은 피부톤과 비슷한 연주황색이나 흰색 마네킹이 많다. 하지만 스포츠웨어 매장에서 사용하는 마네킹은 검은 색이나 짙은 갈색의 비율이 더 높다. 아웃도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검게 그을린 피부 묘사를 통해 활동적이고 건강한 이미지를 표현하려는 전략이다. 요즘은 개성이 강해 보이고 옷이 돋보이는 파란색이 유행하고 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 VMD팀 정의정 과장은 “마네킹이 매장 인테리어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주신 분=동경스타일마네킹 김경현 대표이사, DKDC(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신경화 실장, 신세계 인터내셔널 VMD팀 정의정 과장, 신세계백화점 커뮤니케이션팀 문석기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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