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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지을 뜻은 없고 … 20여 명 연루 ‘사기극’

중앙일보 2010.07.06 00:07 2면 지면보기
공장 설립 자금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부정 대출받은 뒤 공장 부지를 되팔아 돈을 챙긴 40대 업자와 이를 묵인해준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공장 허가” 50억 빌리고 땅은 두배 값에 되팔아

공사 중지된 천안 수신면 발산리 공장 부지 입구를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은 콘테이너가 막고 있다. 공장 허가를 미끼로 50억원을 부정 대출받은 40대 업자는 이땅을 두배 값에 되팔아 넘겼다.
이 ‘사기극’엔 천안시 공무원, 대출브로커, 건축설계사 등 20명이 연루됐다. 피해자는 대출 금융기관, 공장 부지 매입자, 부지조성 시공사 등이다. 천안서북경찰서는 2일 업자 A씨(45)와 허위서류로 대출을 주선한 브로커 B씨(45) 등 2명을 업무상횡령·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땅값 상승에 따른 차익과 지자체의 입지보조금을 가로채기 위해 천안 동남구 수신면 발산2리 임야 5만7772㎡(1만8000평)를 매입, 공장설립 허가가 나기 전 불법으로 부지 조성 공사를 시작하면서 모 금융기관으로부터 50억원을 부정 대출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천안시의 입지보조금(수도권 기업의 천안 이전에 따른 보조금)은 나가지 않았다.



◆공장 신설 승인= A씨는 지금은 사라진 L가구사의 상표권이 아직 남아있는 걸 이용, L가구 공장을 천안에 짓겠다고 설립 신청을 지난해 9월 천안시에 냈다. 그리고 금융권 대출이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시 허가 없이 임야를 훼손하며 부지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천안시의 공장 설립 및 산림 훼손 인허가 부서의 공무원들이 금품 및 향응 접대를 받았다. 현지 조사시 산림 훼손을 목격하고도 눈 감아 준 것이다. 공장 설립 허가는 곧바로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공무원들이 책상 및 학생용 침대 등 100만원 상당의 가구, 5만원 상품권 20장 그리고 200만원 상당의 향응 대접을 받았다”며 “금품 및 향응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이들은 불구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부지 산림은 80%이상이 벌목되고 부지 조성 공사는 60%이상 진행된 상태다.



◆부정 대출=A씨는 해당 부지를 현지 지주 3명으로부터 36억원에 매입했다. 3.3㎡당 20만원을 준 셈이다. 계약금만 치른 A씨는 곧이어 대출 작업에 들어갔다. 대출브로커 B씨는 대출리베이트 1억원을 받기로하고 허위 법인 제무제표 등을 작성해 지난해 11월 A씨가 50억원 대출을 받도록 한다. A씨는 공장 허가가 나고 대출금도 나오자 토지 잔금(33억원)을 치르고 곧바로 이 땅을 인천의 E사에 80억원에 되팔았다. 매매계약은 E사는 A씨 대출금 50억원을 떠안는 것으로 성립됐다. 그러나 A씨의 공사대금 미지급 및 채무관계 등으로 사건은 불거졌다.



◆피해자는 누구=A씨에게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최대 피해자다. 해당 토지를 부실채권 처리해 경매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공장 허가가 곧 취소될 상황으로 땅값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대출금(50억원) 전액 회수가 어렵게 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간 부지 조성 공사를 한 K종합건설의 김모 대표는 회사가 부도나고 하청업체 대금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공사대금 5억5000만원 중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설상가상으로 공장 미설립시 산림복구보증(10억원)을 서는 바람에 모든 재산이 압류된 상태”라며 울상지었다. E사는 땅은 경매에 넘어갔고 대출금 50억원을 빚진 상태다.



◆남은 문제=경찰은 50억원 대출이 너무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판단 아래, 금융기관에 리베이트가 제공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출금 회수가 어렵게 된 금융기관이 공장 설립을 허가해 준 천안시에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대규모 산림 훼손의 묵인 과정과 없어진 가구회사의 공장 설립 허가도 의문이다. 해당 부지 처리도 문제다. 산림이 훼손되고 땅이 파헤쳐진채로 언제까지 방치될지는 경매과정에서 새주인을 찾는 데 달렸다.



글·사진=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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