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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8일 앞도 내다보지 못한 금융위원장

중앙일보 2010.06.30 19:17 경제 4면 지면보기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선 상반기 중 민영화 계획을 마련해 하반기 (민영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6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말한 내용이다. 상반기가 불과 8일밖에 안 남은 때였다. ‘상반기 발표’는 그가 연초부터 여러 차례 밝힌 내용이라 어느 누구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6월 30일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진 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은 7월 중순 이후 가급적 빨리 마무리하겠다”며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 방안을 정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논의가 거의 마무리됐지만 유럽 사태와 G20 회의 등 거시 상황에 대해 좀 더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늦어서 미안하다’는 정도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금융계에선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남유럽 위기와 G20 회의는 정부가 새로 고려해야 할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8일 전과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 민영화 발표를 연기할 만한 이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지도 않은 채 ‘7월 중순 이후’로 밝힌 것도 애매모호하다. 7월 중순이 넘어가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한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진 위원장이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시작한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설명이 명쾌하지 않다 보니 미확인 루머가 나돈다.



“진 위원장은 노력했지만 그가 어쩔 수 없는 다른 힘이 작용했다.”



“특정 금융회사가 우리금융과 합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쯤 되면 금융위의 정책 신뢰도는 상당히 훼손된 것이다. 금융위가 자초한 것이다. 만일 우리금융 민영화 발표가 7월 중순을 훌쩍 넘기면 “올해 안에 민영화에 대한 가닥을 잡겠다”는 말도 신뢰를 잃는다. 진 위원장,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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