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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임직원들 현대카드 벤치마킹 왜?

중앙일보 2010.06.30 19:14 경제 1면 지면보기
KT·신세계·미래에셋증권·GE·SAS…. 국내외의 쟁쟁한 기업들이다. 이들에겐 의외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올 들어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이들뿐 아니다. 홍콩대학교·국세청·서울체신청 등 기관·단체까지 연간 100여 곳이 현대카드 본사를 찾는다. 1일엔 행정고시 합격자 35명도 방문한다. 이윤석 현대카드 경영지원실장은 “방문요청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모두 응할 수 없어 횟수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엔 조금 특별하고, 어색하기도 한 방문객들이 있었다. 국민은행 최행현 부행장, 김길수 본부장을 포함한 팀장급 이상 임직원 12명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 소속이다. 리딩뱅크를 자부하는 국민은행이 직접적인 라이벌 회사의 본사투어를 요청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신용카드 시장에서 국민은행은 1분기 취급액 기준으로 2위, 현대카드는 3위다. 현대카드가 치고 올라가면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방문단은 이날 한 시간 동안 현대카드 직원 안내로 사무실과 컨벤션홀, 식당, 편의시설을 살펴봤다. 직원용 체육관과 사우나 시설, 도서관도 유심히 둘러봤다. 회사 소개나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은 없었다.



현대카드가 설명하는 회사 사옥의 특징은 정체성(identity)이다. 이윤석 실장은 “구두닦이 기계·세탁소·우편함 등 작은 부분까지 통일성을 갖추고 있다”며 “단순히 돈을 많이 들인 게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게 특별한 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경영혁신에 성공했다는 점도 다른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카드업계 후발주자로서 2002년 0.5%이던 시장점유율을 최근 11.4%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선 창의적 마케팅을 비결로 주목한다.



국민은행 카드사업 담당 임직원의 방문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는 회장 후보로 내정되기 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과 대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대담 장소가 현대카드 사옥이었는데, 어 내정자의 눈에 쏙 들었다는 것이다. 어 내정자가 KB카드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방문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어 내정자는 13일 임시주총 전까진 KB금융 회장으로서 권한이 없다. 공식 직책은 여전히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다. 하지만 KB금융에 따르면 그는 틈틈이 계열사 임원들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이거 해보라’는 식의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2일엔 계열사 사장들 앞에서 자신의 경영방침을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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