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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美사업가 알고보니 러시아 정보요원

중앙일보 2010.06.30 10:48
미국의 러시아 정보요원 체포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잡힌 28세의 러시아 여성 사업가 안나 채프먼이 주목을 끌고 있다. abc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붉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채프먼은 고가의 옷과 높은 하이힐을 즐기고 상류층만 드나드는 배타적인 레스토랑과 고급 클럽을 드나들며 사교계의 거물로 활동했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채프먼을 두고 “억만장자 아니면 창녀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프먼을 자주 목격한 한 모델은 “저속하지 않지만 남자들을 적절히 유혹하면서 일부분 부적절한 관계를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며 “고급 사교클럽에서 만난 중년의 신사와 따로 데이트하는 장면도 봤다. 채프먼이 잘 대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채프먼은 저명한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대규모 파티에서 그녀를 한두 번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적발한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면면은 채프먼 말고도 냉전시대의 첩모물을 방불케 할 만큼 화려했다. 적발된 러시아 정보요원 중에선 뉴욕에서 2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해온 페루 국적의 칼럼니스트 비키 펠리즈(55)도 포함돼 있다. 스페인어 매체의 기자이자 편집자인 그는 2000년께 러시아 정부 관계자로부터 돈이 담긴 가방을 받는 장면을 포착당했다. 하버드와 매사츠추세츠공대(MIT) 등 미국의 유명 대학 근처에 컨설팅사를 운영하면서 미국의 미래 과학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러시아 정보요원 역시 이번에 체포됐다.



미군 모병센터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러시아 여행사 직원도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5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국제정치 등 분야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정보요원 상당수는 미국 사회의 지식인, 기업인, 고급 기술인력 등과 접촉하기 쉬운 직업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당국은 긴장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미뤄볼 때 러시아가 미국의 무기 등 민감한 정보 뿐 아니라 금융.산업.기술 등 다방면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여타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에 캐나다인이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가 영국.아일랜드 등의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전통의 우방 캐나다는 이번 러시아 정보요원 체포 사건으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 11명 중 4명이 캐나다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캐나다 외무부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조사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번 사건 조사 과정에서 미국에 협력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체포된 러시아 정보요원 중 일부가 영국과 아일랜드 위조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양국 정부는 미국과 공조해 공식적인 사실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건이 냉전 이후 양국 간 우호 증진으로 요약되는 관계 ‘재설정’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민이 미국에서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미국이 최근 우호가 증진되는 양국 간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을 감안해 이번 사건에 대한 적절한 분별력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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