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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전임자 채용하는 체제로 가야”

중앙일보 2010.06.30 03:00 경제 5면 지면보기
“노동조합원 5000명 이상의 대형 사업장은 조합비로 충분히 전임자 임금을 줄 수 있다. 이제 노조도 자신들이 전임자를 채용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김태기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장

김태기(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 위원장은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타임오프(유급 근로시간면제)제가 향후 노사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쟁 일변도였던 노동운동이 근로자들의 실익과 복지 증진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전교조나 공무원노조가 조합비로 전임자를 고용하고 있는 선례가 있다”고도 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노조 전임자 축소 범위가 너무 과도하다고 반발하는데.



“대형 사업장은 노조가 조합비로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 타임오프제는 회사 돈으로 전임자 임금을 주는 한도를 정한 것일 뿐 조합에서 주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조합원들에게 걷는 조합비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간다.”



-노조가 채용한 전임자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 불필요한 전임자를 축소해야 한다. 근면위에서 대형 사업장을 샘플링해 유급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조사했다. 노조법에 규정된 단체교섭, 노사협의 등에 쓰는 시간이 40%, 대의원대회 등 조합관리가 20%, 대외협력 등 기타 활동이 40%였다. 외국의 경우 조합관리나 기타 활동에 대해선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둘째, 노조도 전문가를 시장에서 뽑아야 한다. 예컨대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대학에서 전공한 전문가를 채용해 맡기는 것이 맞지 않나. 시장에서 뽑아 쓰면 인건비도 줄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전문성은 떨어지고 투쟁 성향은 강한 현행 전임자 체제의 거품이 많이 빠질 것이다. 외국의 노조에선 제일 바쁜 사람이 복지국장인데, 우리 노조에선 쟁의국장이 제일 바쁘다. 자연히 상급단체의 전임자들도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전문가로 채워질 것이다. 타임오프는 파행적으로 운영돼온 상급단체의 정상화와 노동운동의 전문성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하며 타임오프 시행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타임오프 안은 협상의 결과물이다. 근면위 구성도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 각각 5명씩 동수로 구성했다. 민주노총은 뒤늦게 들어왔지만 끝까지 협상에 참여했다. 40여 일간 36차례 협상했다. 민주노총은 마지막 투표 순간에 기권했을 뿐이다.”



-기아차 노조의 파업 투표가 통과됐다.



“실제 현장의 파업동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기아차의 K5·K7이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데 파업을 벌인다면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지 않겠나. 기아차 노조는 여론의 역풍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 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많이 안정된 것은 정부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그걸 인정해주고 있다. 정부가 후퇴하면 안 된다. 정치권도 일부 노동운동가의 목소리가 전체 근로자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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