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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RIS사업단 3인방 이남호·김세재·이영돈 교수에게 듣다

중앙일보 2010.06.30 02:23
제주도의 특산물하면 바로 떠오르는 게 감귤·옥돔·흑돼지 등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특산물도 있다. 광어·감태·조릿대가 그렇다. 제주대 이남호·이영돈·김세재 교수는 이처럼 숨은 제주 특산물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각자 광어사업단, 해조사업단, 조릿대사업단을 꾸렸다. 지역 특산품을 개발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RIS사업단의 제주도 팀인 셈이다. 제주도 토박이인 이들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현재 제주대에 함께 몸을 담고 있다. RIS사업단 단장이라는 공통점이 추가된 이들 세 사람을 만났다. 



“감태·톳 등 청정 해조류 2차 산업으로 육성”



감태를 바다의 갈색 녹차로 재발견한 이남호 교수




RIS해조사업단 단장인 제주대 화학과 이남호(50) 교수는 “해조사업단은 제주 청정 바다에서 자라는 감태와 톳·우뭇가사리·모자반 등을 가공해 산업화한다”라고 소개했다. 그중 지방간과 당뇨·동맥경화 등의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감태는 이 교수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어릴 때 집이 바닷가에서 5m 거리에 있어 감태 채취하는 걸 보고 자랐어요. 감태와 톳 같은 해조류는 제주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음식이기도 하죠.”



제주도에서 감태는 흔하지만 맛이 떫어 즐겨먹는 해조류는 아니었다. 어느 날 해조류를 연구하던 중 이 교수는 감태의 떫은맛이 ‘탄닌’ 성분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떫고 쓴맛을 내는 탄닌 성분은 보통 녹차에 들어있는 것으로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감태를 가공해 바다의 갈색 녹차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녹차는 육상 폴리페놀(항산화 기능이 있어 식품이나 의료 등에 응용되는 물질), 감태는 해양 폴리페놀에 속하는데, 육상보다 해양 폴리페놀이 몸에 더 좋습니다. 흡수율이 더 높기 때문이죠. 다만 해조류 고유의 냄새가 있어 가공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는 감태를 비롯해 톳·미역·우뭇가사리·모자반 등 청정 바다에서 자란 제주 해조류의 기능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해 식품이나 화장품 원료로 만들고자 2007년 사업단을 본격적으로 꾸렸다. 해조류는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건강식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 교수는 해조류를 단순 채취·가공하는 데서 벗어나 2차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75%를 차지하고, 1차산업인 감귤·수산물 산업이 20%, 그리고 2차 제조업이 3% 내외입니다. 개인적으로 2차 산업인 제조업 개발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조업이 미약하다 보니 대학 졸업 이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많았고요.”



또 해조류가 화장품·의약품 등 다양한 바이오산업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 연구결과에서 알았다. 이 교수는 해조류 제품이 보다 다양해질 수 있도록 도내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해나갈 참이다.



“2차 산업 관련업체가 취약하다보니 사업단을 꾸려가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아요. 다른 지역의 경우 업체들이 사업단을 찾아와 제품 개발을 위한 지원을 부탁하는 반면, 우리는 거꾸로 도와주겠다고 찾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이 교수가 상품 개발의 주 원료로 꼽는 것은 역시 감태다. “특허 산업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문의=064-702-6220



" 다음엔 조릿대 파크서 조릿대 음료 어떠세요 "



한라산 과잉 자생 조릿대를 자원으로 활용한 김세재 교수




조릿대는 대나무 중 가장 작은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역의 산에 무리지어 자라는데, 산에서 나는 대나무라 해 ‘산죽’이라고도 부릅니다.” 올해 조릿대사업단을 시작한 김세재(53) 교수의 설명이다. 그중 제주 조릿대는 한라산 일대에서만 제한적으로 자라는 지역 고유종이다. 조릿대의 대는 공예품으로 사용하고, 잎은 고혈압이나 이뇨 작용과 당뇨에 좋다고 해서 제주도에선 즐겨 먹는다.



“동의보감 등에 따르면 조릿대의 약성이 인삼을 능가할 정도랍니다. 대나무 중에서 약성이 가장 강해 당뇨병·고혈압·위염·위궤양·만성 간염·암 등의 난치병이 완치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조릿대잎은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가래를 없애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염증을 치료하고 암세포를 억제하는 등의 효과도 있어 민간요법으로도 이용돼 왔다.



이러한 약성에도 불구하고 조릿대는 최근까지 제주도의 골칫거리였다. 1975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한라산에 가축 방목을 금지한 이후로 조릿대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급속도로 뒤덮었기 때문이다.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면서 다른 식물 종이 급격히 준 게 원인이었다.



“다른 식물들이 자라나질 못하니 조릿대를 없애야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왔어요. 하지만 조릿대 역시 제주도의 특산물입니다.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죠. 조릿대만의 기능을 연구하고 가공해 특산품으로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사업단을 발족했습니다.”



사업단은 올해 만들었지만 김 교수의 조릿대 연구는 5년이 넘었다. 그는 그동안 조릿대를 이용한 다양한 산업을 고안했는데 그 첫 번째가 기능성 음료다. “조릿대 잎은 보통 차를 마시듯 끓여 마십니다. 그러나 조직이 강해 물을 끓여 먹는 방법으론 효과를 볼 수 없어요.” 그래서 김 교수는 조릿대 성분의 추출 효율을 2배 이상 높이는 추출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 특허출원 중인 ‘저온효수추출법’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조릿대 세포 내 또는 세포 간의 조직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조릿대가 가진 영양 성분을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방법이다. 저온에서 추출해 조릿대 영양성분의 파괴를 최소화하고 맛은 뛰어난 기능성 음료다.



음료뿐만 아니라 조릿대의 대를 이용한 공예품과 ‘조릿대 파크’ 같은 관광산업도 구상 중이다. 버려졌던 대나무 밭을 공원으로 만들어 성공한 담양의 ‘죽녹원’이나 특화 작물을 테마파크로 만든 일본 오키나와의 ‘파인애플파크’, 마을 자체를 브랜드화한 프랑스 그라스의 ‘향수 테마파크’가 롤 모델이다. 김 교수는 “조릿대 파크에서 식품 가공도 하고 공예품도 만들어 팔고, 산책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의=064-724-2134



“셀레늄 먹고 큰 광어 곧 선보일 겁니다”



제주 용암해수로 양식한 광어 이영돈 교수




“2년 전, 광어 양식을 하던 젊은이들이 찾아와 제주 광어산업의 활로를 모색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제주대 해양과환경연구소의 이영돈(51) 교수가 광어사업단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당시 그는 제주 지하암반수인 용암해수를 화장품과 음료·식품의 소재로 쓴 사업을 막 끝마치던 중이었다. 그 무렵은 곳곳에 양식이 넘쳐나 광어 가격이 ㎏당 7500~8000원으로 이전보다 두 배 가까이 떨어졌던 때다. 이 교수는 제주 광어의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기 위해 ‘RIS광어사업단’을 만들었다.



사실 제주하면 광어보다는 옥돔·다금바리·자리돔·한치·갈치가 먼저 떠오른다. 제주에서 광어를 양식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일본에서 수정란을 들여온 게 시발점이다. “1991년에 들어서면서 광어 양식 산업이 일본을 앞지르게 되는데, 바로 용암해수 덕분이죠.”



연중 섭씨 16~18도를 유지하는 용암해수 수온은 광어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당시 이 교수팀은 용암해수를 활용해 제주도에서 직접 광어 수정란을 생산했다. 이 수정란은 이후 전국으로 공급돼 국내 광어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일조했다. 광어하면 제주도가 손꼽히는 이유다.



광어는 맛이 담백하고 씹히는 질감이 쫄깃할뿐 아니라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DHA)과 콜라겐 함량이 높아 인기다. 그러나 대중화로 인해 산업의 외형이 커진 데 반해 생산량 증가로 인해 실질적인 수익은 낮아졌다. 이 교수가 사업단을 통해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이유다.



“사실 광어 양식은 종합적인 사업입니다. 일단 사료와 수조가 필요하죠. 수조에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설과 광어를 잘 팔 수 있는 유통구조는 물론 소비 촉진 방법도 갖춰야 합니다.” 1차·2차·3차 산업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구조다. 이 교수는 “모든 것을 아우르기 위해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산화작용이 높고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는 셀레늄을 사료로 만들었다. 현재 셀레늄을 먹은 광어 생산 단계를 진행 중이다. 광어 전문 프렌차이즈도 차릴 계획이다. 이외에도 셀레늄을 먹은 광어를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외식 산업으로 국내 산업의 활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생산 조직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가격은 언젠가 내려가기 마련이죠. 적정 규모로 생산해 가격을 안정화하고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찾게끔 소비 패턴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는 ‘아이헤브(I海v)’라는 브랜드도 만들었다. 깨끗한 제주 바다에서 사는 건강하고 맛있는 광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제주도 특산물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큽니다. 세 사업단의 교수 모두 이왕 맡은 것 잘 해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문의=064-783-8281



RIS 사업=지역연고산업 진흥사업을 일컫는다. 지역 특산품의 개발과 육성을 위해 지식경제부에서 2004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타 지역보다 우위에 있는 지역의 산업을 선정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차·3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지역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면 순창의 장류, 의성 마늘, 풍기 인삼과 같은 1차 특산품을 가공하거나 대전의 렌즈 및 타월, 진주의 실크처럼 지역의 역사성 또는 집적성이 있는 사업을 지원한다. 전국에 57개의 사업단이 있다.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제공=제주대 각 RIS 사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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