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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부결] MB 리더십 타격 … 친박계 통제불능 확인

중앙일보 2010.06.30 02:19 종합 4면 지면보기
여권 주류와 ‘한나라당 친박계+야당 연합’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약 10개월 동안 전개돼 왔던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29일 국회 표결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논란을 주도했던 주요 정치 지도자들도 손익계산서를 받아 보게 됐다.


정치 지도자들 득실은

◆이명박 대통령=4대 강 사업과 함께 정권의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청와대는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국회에서 찬성 의원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표결 결과인 찬성 105명 대 반대 164명의 구도는 열 달 전 상황과 거의 같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 50~60명가량 되는 친박계 의원도 이 대통령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한나라당의 한 중립 성향 의원은 “청와대가 친박계 협조를 얻지 않은 채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더 뼈아픈 것은 세종시 부결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다. 선거에서 이겼다면 수정안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거 패배 이후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세종시는 빨리 털어 버리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 대통령은 그걸 외면하기 어려웠다.



청와대는 후세의 평가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이 자신에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한다고 강조해 왔다.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로 행정부 이전이 본격화되면 수정안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근혜 전 대표=세종시를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이 걸린 문제로 여겨 온 박근혜 전 대표는 친이계의 전면적인 압박 속에서도 원안을 끝까지 고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말 바꿨다”는 공격을 받는 동안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박 전 대표가 표결에 앞서 직접 수정안 반대 토론에 나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자 친박계 의원들도 깜짝 놀랐다. 박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전략적 요충지가 될 충청권에서 확고한 지지세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친이계 핵심의 반감을 더욱 키운 것은 대선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도권의 친이 성향 유권자 일부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보수 오피니언 리더 일부도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너무 완고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세균·이회창 대표=전투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벌였지만 실리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가져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의 분열을 틈타 민주당은 충남북 지사를 확보해 충청권의 대표 정당으로 부상했다. 7·28 국회의원 재·보선의 승리가 절실한 정 대표로선 수정안 부결을 “MB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세종시 원안에 있는 ‘9부2처2청의 이전고시’를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할 예정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약한 당세 때문에 세종시 논쟁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데 실패했으나 어찌 됐든 원안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꼭 승리해야 했던 충남지사 선거에서 패배해 정치적 무게는 떨어졌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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