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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선거구 대의원’ 김정은 미스터리

중앙일보 2010.06.30 01:26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사진)의 최고인민회의(국회) 대의원 선출 문제를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서방의 대북소식통이 28일 “지난해 3월 216선거구에 선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왜 ‘김정’이란 가명을 사용했는지 등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지난해 선출 주장’ 논란

정부는 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공식 직함은 북한 당국의 발표가 있어야 확인이 가능하다” 는 입장이다. 일부 전문가는 “ 단정하기 이르다”(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며 신중론을 제기한다.



김정은의 대의원 선출 여부가 주목을 받는 건 후계자로 내정된 그가 얻은 첫 공식 직함이라는 점에서다. 물론 비밀리에 다른 공직을 맡았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된 대의원 명단에 오른 게 김정은이라면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12기 최고인민회의 선거 결과가 나오자 ‘김정’이란 이름에 주목했다.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을 상징하는 216선거구에 김정은과 유사한 이름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박사는 29일 “216선거구 등 정황으로 볼 때 김정은의 대의원 선출은 맞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건 후계구도가 급부상해 당시 초미의 관심이던 김정일 건강 이상 문제가 증폭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주민들이 형식상이지만 직접 선출하는 자리라 상징적 의미가 있다. 김정일의 경우 1982년 2월 황북 송림에서 7기 대의원에 처음 선출됐지만 이미 74년 2월 당 중앙위 정치위원에 임명돼 후계자로 확정된 뒤였다.



하지만 10기(98년)와 11기(2003년) 대의원에도 ‘김정’이란 인물이 올라 있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에는 4·15문학창작단 단장인 ‘김정’이란 인물이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작품을 총괄하는 중책이란 점에서 대의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10기와 11기에는 ‘김정’이란 인물이 216선거구가 아니라 12기와는 차이가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아들이 모두 ‘김정’으로 지칭될 수 있다(정남·정철·정은)는 점에서 부자 승계를 염두에 두고 대의원 자리를 설정해 놓은 것이란 관측도 제기한다. 후계자 후보에 올랐던 장남 김정남은 2001년 가짜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다 들통난 뒤 김 위원장의 눈밖에 났고, 차남 정철은 건강 이상으로 낙마했다.



북한은 오는 9월, 44년 만에 노동당 대표자회를 소집해놓고 있으며 선거를 통해 후계구도를 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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