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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50점, 성범죄 20점 … 승진에 직결

중앙일보 2010.06.30 00:53 종합 20면 지면보기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표를 낸 채수창(48)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총경)이 경찰청의 감찰 조사를 거부했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29일 “채수창 총경의 행위가 위법적인 항명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감찰을 하려 했으나 채 총경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채 총경이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고, 감찰의 강제력이 없어 조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채 총경의 후임인 백운용 서장의 취임식을 하고 사태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극상’ 부른 경찰 성과주의

◆“점수 낮은 범죄는 외면” vs “평가 방식 보완돼”=성과주의의 핵심은 경찰 업무에 점수를 부여해 평가하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의 ‘2010년 수사·형사 업무성과 평가계획’에 따르면 ▶강도살인 70점 ▶살인 50점 ▶방화·강간 20점 ▶13세 미만 강제추행 20점 등의 점수가 책정돼 있다. 경찰관들은 경찰서별로 정해진 점수를 채워야 좋은 평가를 받아 승진 후보군에 들 수 있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 소속의 한 경찰관은 “점수가 높은 범죄에 치중하게 되고 동료 간에도 과도한 경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처럼 중대 범죄이지만 상대적으로 평가 점수가 낮은 범죄엔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경찰서 평가는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의 사건 양과 비중이 다른 점을 고려해 3개 등급으로 경찰서를 나눠 등급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등급별 최하위인 3개 경찰서는 감찰 조사를 받을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면제된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실적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량(定量) 평가가 아닌 정성(定性) 평가를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범인을 못 잡더라도 시민들에게 치안서비스를 제공한 경찰관의 미담 사례에 가점을 주거나, 적절한 훈방을 한 경찰관에게도 실적을 인정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평가와 인사 제도 균형적으로 이뤄져야”=전문가들도 경찰 업무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경찰관을 승진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경찰 업무 평가와 인사가 지휘부 교체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운용돼 왔기 때문이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성과주의는 보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도 “범인 검거뿐 아니라 범죄 예방 활동 등 수치화하기 힘든 부분에 대한 평가가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선언·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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