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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兩岸

중앙일보 2010.06.30 00:28 종합 33면 지면보기
안(岸)은 물가의 둔덕진 곳을 말한다. 불가(佛家)에서 피안(彼岸)은 건너편, 즉 저쪽 언덕으로 생사의 바다를 건넌 깨달음의 언덕을 뜻한다. 반면 중생의 고단한 현실은 차안(此岸)으로 일컬어진다. 이쪽 저쪽 언덕을 모두 가리키는 말은 양안(兩岸)이다. 양안 두 글자가 들어가는 명시(名詩)로는 이백(李白)의 ‘아침 일찍 백제성을 떠나며(早發白帝城)’를 꼽을 수 있다.



이른 아침 오색 구름 감도는 백제성과 이별하고(朝辭白帝彩雲間) 천리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왔네(千里江陵一日還) 강기슭의 원숭이들 울음소리 그치질 않는데(兩岸猿聲啼不住) 가벼운 배는 만 겹의 산을 쏜살같이 지나왔다네(輕舟已過萬重山)



유배지로 가는 도중 사면 소식을 듣고 자유의 몸이 된 이백의 홀가분한 마음이 엿보인다. 여기서 양안은 무산(巫山)과 협산(峽山)의 양쪽 언덕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처럼 강기슭을 뜻하던 양안은 1970년대부터 중국과 대만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양안삼지(兩岸三地)는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마카오를 뜻한다. 양안을 중국과 대만을 가리키는 말로 전이시킨 장본인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다.



72년 2월 관계개선에 나선 미국과 중국은 ‘상하이연합공보(上海聯合公報)’를 작성하면서 난관에 부닥쳤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一中一臺)’이나 ‘두 개의 중국(兩個中國)’처럼 중국과 대만이 두 개의 주권 국가로 비칠 수 있는 용어 사용을 극력 반대했다. 당시 항저우(杭州)에서 서호(西湖)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키신저가 상대인 중국의 차오관화(喬冠華)에게 “서호의 저 큰 제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소동파(蘇東坡)가 쌓아 소제(蘇堤)라고 한다고 하자, 서호의 서쪽 호수는 무어라 부르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 또한 서호라고 답하자 키신저는 “소제의 양쪽이 모두 서호라면 ’해협(海峽) 양안의 중국인’이란 표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양안이 중국과 대만을 가리키는 말로 탄생하게 된 계기다.



29일 양안은 충칭(重慶)에서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를 체결했다. 무관세 실현이 목표다. 차이완(China+Taiwan=Chiwan) 시대의 개막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꽉 막힌 남북한 정세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양안 관계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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