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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가는 관리 대신 시장에 맡겨야

중앙일보 2010.06.30 00:26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올해 하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중점적으로 관리할 이른바 ‘30대 품목’의 명단을 발표했다. 시장 구조와 경쟁 환경을 상시로 감시해 부당행위가 드러나면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을 통해 관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내외 가격 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을 중심으로 관리 품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입 게임기, 스마트폰, 프라이드 치킨, 베이비 로션 등이 새로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석이나 설, 그리고 물가가 들썩일 때마다 물가관리의 방망이를 꺼내 드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같은 중국 음식이라도 자장면은 관리 대상에 올리고 짬뽕은 빼는 식의 희극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물가관리 대상에 포함된 일부 품목은 해외 본사 차원에서 ‘전 세계 동일 가격’을 지침으로 내린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가 과거의 관행대로 압박에 나설 경우 외국업체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즘 국내 소비자들은 예전 같지 않다. 똑똑해졌다. 얼마 전 수입 의류 업체들이 여성 소비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가격을 파격적으로 깎았다. 해외 여행 등을 통해 외국 사정에 밝은 소비자들이 “똑같은 제품인데 뉴욕이나 파리·도쿄보다 너무 비싸다”며 항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아예 해외 본사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구매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싼값에 공동구매하기도 했다. 결국 수입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해외시장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기업들이 독과점이나 불공정 거래를 통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당연히 정부가 단속해야 한다. 그러나 물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상품 정보가 제대로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치중해야 한다. 나머지는 소비자가 선택할 몫이다. 턱없이 가격이 비싸면 외면당하거나 소비자들의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국내 시장이 몰라보게 성숙했으며, 우리 소비자들도 이미 그런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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