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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들여다보니 …

중앙일보 2010.06.30 00:18 Week& 2면 지면보기
대민양희(43·서울 구로구)씨는 두 자녀를 비인가 대안중학교에 보낸다.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녔다. 처음엔 주위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용기가 대단하다’ ‘소신 있는 결정을 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그만큼 달라졌다. 몇몇 대안학교는 경쟁률이 높아 입학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그러나 대안학교의 진로·교육 여건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공동체형·치유형 … 전국에 200여 곳 다양한 실험 거치며 진화하는 중

글=박정현·정현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새로운 교육철학·과정 도입해 학습효과 높여



강화에 위치한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다 [황정옥 기자]
인천 강화군 양도면 산자락에 너와지붕을 얹은 아담한 단층집 열 채가 있다. 산마을고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곳이다. 학교 건물은 나무와 흙으로 지어졌고, 태양광 발전 집광판과 생태화장실이 눈에 띈다. 이 학교는 특성화고등학교로 생태농업교육을 한다. 윤영소 교장은 “생산과정을 알아야 올바른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전교생 60명은 각자 10㎡(3평)의 텃밭을 가지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키울 수 있다. 경작 과정과 수확물이 평가에 반영되지만 학생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일반중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온 류해안(1년)양은 “작은 땅이지만 상생이나 자연의 철학을 배우기엔 충분한 공간”이라며 “일반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수는 인가·비인가를 합쳐 200여 곳이 넘는다. 교육철학이나 과정에 따라 발도르프형·공동체형·치유형·직업체험형·마을학교형 등으로 다양하다. 지리산고(경남 산청)는 정규수업에 핀란드식 수업방식(드릴형 수업)을 도입했다. 박해성 교장은 “예습·수업·첨삭과 복습을 한번에 해 학습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성미산학교는 공동 육아에서 시작해 마을 학교로 발전했다. 학교 운영은 교사들이 하지만 실질적으로 학교를 지키는 건 마을 전체인 셈이다. 과천 무지개학교도 비슷한 경우다. 금산간디학교(충남 금산)는 1학년 때는 교사와 학생이 몇 달씩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최근엔 기독교대안학교의 성장이 눈에 띈다. 현재 120여 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독수리기독중고교나 지구촌고처럼 역사가 10년이 넘은 곳도 있다. 기독교대안학교연맹 마병식 사무국장은 “다양한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대안학교들이 전인교육을 하면서도 입시 성과를 내자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풀이했다. 교회가 설립하기도 하지만 교사, 학부모 모임 등 소모임이 설립 주체가 되는 경우도 많다. ‘꿈의 학교’에 중1·초6 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이루지(강원 원주시)씨는 “기독교학교라 관련 명사 초청 강연이나 예배, 성경공부도 한다”며 “대부분 종교를 가진 학부모들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학력인정·재정 문제 … 아직은



산마을고 생태농업시간에 1학년 학생이 농작물의 성장과정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황정옥 기자]
12일 오후 2시 연세대에선 대안교육제도화 토론회가 열렸다. 교육 전문가, 대안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 200여 명이 모였다. 학력 인정, 재정 지원 등의 이유로 제도화를 원하는 의견,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육개발원 이혜영 수석연구위원은 “대안학교가 10년을 유지한 것은 수요가 있어서다.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대안학교들끼리 연계해 규모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그중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초·중·고 교육과정의 연계성과 졸업 후 자녀의 진로다. 대안학교학부모연대 손경덕 사무국장은 “학부모들끼리 인턴십이나 멘토 네트워크를 만들어 아이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산마을고 김영현(3년)군은 “대학이 필수과정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가고 싶다”며 “하지만 아무래도 시험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최근엔 여러 대학에 ‘대안학교 출신자 특별전형’이 생겨 사정이 나아졌다. 올해 입시에서는 10개 대학에서 96명을 뽑는다. 인하대 이주연 입학사정관은 “학업능력 실적평가에서 벗어나 인성과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통해 본 미래



대안학교 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미국·독일 등 대안학교 선진국들에선 대안학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다. 그동안 제기됐던 공교육의 문제점이 해결됐기 때문이다. 성공회대 하태욱(교육학) 교수는 “이제야 서구사회는 개인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얘기한다”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만 여전히 공동체를 강조하는 우리와 교류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안학교의 교과 커리큘럼·교사 자격 등에 대해선 염려의 시각도 있다. 검정교과서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니, “교사가 개발한 검증되지 않은 교재로 어떻게 공부하느냐”며 난색을 표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하교수는 “우리나라는 교과서 의존도가 높고, 수업활동 내용이 교과서에 다 나오다보니 부모들이 교과서를 안 쓰면 걱정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영국의 경우 국정 교과서가 있어도 교수 방법은 교사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교사 자격증이 없는 대안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우려에 대해 하 교수는 “교사를 보는 내·외부의 시각이 다르다. 현재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앞으로 학위 과정이나 연수 등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대안학교 운영 실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의 83%가 교사의 전공지식이 뛰어나다고 답했다. 학부모 중 80%는 일반학교 교사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는 아이덱(IDE)이라는 대안교육 연구·운동·실천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나라 곳곳에 19개의 대안학교를 세우고, 대안교육 관련 학위 과정을 대학과 공동으로 열고 있다. 석·박사 과정도 개설돼 있다. 이런 나라들을 모델로 우리나라에서도 대안대학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안학교 졸업생 인터뷰 김현진·조서연씨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율에서 찾았죠




자녀의 대안학교 입학을 고려 중이거나 재학 중인 학부모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진로’ 문제다. 자녀가 ‘대안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늘 걱정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생각은 느긋했다. 졸업 후에도 얼마든지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이십대를 훌쩍 넘긴 두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박정현 기자



입시 지식 대신 얻은 ‘도전의 힘’



김현진(27·서울대 간호학과 3)씨가 한빛고를 졸업한 것은 9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국제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하다 의료기술의 필요성을 깨닫고 간호학과에 편입했다. 한때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다. 이런 김씨를 두고 주변에선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방황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어떤 실패를 하든 스스로에게 값진 경험으로 남으리라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중3 현진이’는 모범적이지만 표현력은 매우 부족한, 소극적인 아이였다. 김씨의 부모는 이런 아들을 감싸기보다 더 내놓아야겠다고 판단해 전남 담양에 있는 한빛고에 보냈다. “열여섯 중학생 눈에 그곳은 자연 속에 머물며 공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처럼 보였어요.”



막상 학교생활을 시작하니 두려움도 있었다. 고3 때도 체육대회와 수학여행에 참여하는 그를 주변 친구들은 부러워했지만, 평범하지 않은 길을 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기 때문이었다. 그가 3년간 학교 친구들과 함께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자율’이었다. 자유와 자율의 구분, 고등학생으로서 얼마나 자율성을 가질 것인지,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공부해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식구총회’라는 학교 회의에서 답을 찾았다. 교복과 두발 규제나 자율학습 지도의 필요성을 느낀 학생들이 스스로 학교에 요구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도전과 시행착오를 시간 낭비나 실수로 여기지 않고 더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고교 시절이 내게 높은 수능 점수, 입시에 필요한 지식을 주지는 않았지만 살아가며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하는 힘을 주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조금 돌아가지만 목표는 뚜렷이



조서연(27·외환은행 근무)씨는 두레자연고(경기도 화성시) 첫 입학생이다. 입학 당시 그는 입시준비에 지쳐 있었다. 스트레스로 폭식을 반복하다 삶의 의미마저 잃고 방황했다. 뚱뚱한 외모 때문에 콤플렉스를 겪던 조씨는 대안학교 입학 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갖게 됐다.



진로를 결정하는 데는 학교의 영향이 컸다. 학교가 위치한 두레마을은 몸이 불편하거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레 이런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어졌다.



고3이 된 후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많이 놀고 즐겼으니 이제는 공부에 미쳐보자는 각오를 했죠.” 강요받지 않으면 공부도 마냥 싫은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할 때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주변의 권유로 사회복지사의 꿈을 접고 은행원의 길을 선택한 그는 올해로 입사 4년차다. “주말에는 신용카드 등을 유치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려야 하고 메일함에는 각종 실적표가 쌓여 있어요. 자격증 준비도 해야 하고요.” 조씨는 은행에서 일하는 것이 스스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가’에 목표를 두기로 했다. 



청년실업을 직접 경험해 봤던 그는 후배들에게 가능하면 대학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대안학교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 취업 현장에서 대학 학력은 이미 기본조건이 됐으니까요.” 특히 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나 뛰어난 재주가 없는 경우 사회에서 학력의 장벽은 더 높다. “하고 싶은 일은 대학에 가서 차근차근 준비해도 늦지 않아요. 조금 돌아가더라도 목표만은 잊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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