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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고민이세요?

중앙일보 2010.06.30 00:12 Week& 1면 지면보기
올해는 우리나라 대안학교 1호인 간디학교(경남 산청)가 2001년 첫 학교 졸업생을 배출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새 인가된 대안학교와 비인가·위탁·기독교 대안학교까지 합치면 200곳 이상으로 늘었다. 늘 따라붙던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라는 꼬리표도 희미해졌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아직도 불안하다. 남과 다른 길을 가야 할 아이들이 걱정돼서다.


졸업생 배출 10년 … 학부모들의 걱정

글=박정현·정현진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공교육 믿을 수 없다 … 가족 단위로 설명회 찾아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에 체험을 하러 온 한 학생이 학교 주위를 걸으며 이주영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정옥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조정경기장 일대를 스물세 가족이 모여 함께 걸었다.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 하남학사에 편·입학을 고려 중인 학부모와 아이들이 체험학교에 참가한 것이다. 유아·초등생 대상인 이 학교는 매일 오전 8시 학교 주변을 걷는 ‘힘껏 걷기’ 활동을 한다.



이날 체험행사에 참석한 이영덕(37·서울 송파구)씨는 다른 학부모 여섯 명과 동행했다. 이들은 함께 대안학교 여러 곳의 설명회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맞는 곳을 찾고 있지만 아직 보낼지 말지 결정은 안 했어요. 초등학교는 보내더라도 중·고교까지 계속 보낼지도 모르겠고요.”



여섯 살, 세 살 자녀를 둔 오용(36·경기도 화성)씨는 ‘어릴 때는 놀아야 한다’는 게 철학이다. 오씨는 “공교육도 사교육도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대안학교를 정하면 근처로 이사까지 할 계획이다. “대안학교에 보낸다고 하면 주위에서 불안하지 않느냐고 해요. 마음 먹기 나름이죠. 정답은 없으니까요.”



교사·교과서·입시 … 떨칠 수 없는 것들



박미혜(40·서울 강동구)씨는 “아이들이 숙제와 시험에 시달리는데 저까지 몰아세우게 돼요.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말이죠.” 박씨는 아이들에게 다른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선택하게 하고 싶지만, “막상 결심을 하려니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고교 교사인 손태혁(가명·42·경기도 오산)씨는 초등 3학년인 아들에게 대안학교를 추천했다. 제자들이 고교 졸업 후 얼굴빛이 달라지는 걸 보고 결심했단다. 체험을 통해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자연 속 학교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까지 대안학교를 보낼 것인가는 미지수다. “입시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런 고민이 늘다 보니 최근엔 진학에 초점을 맞춘 대안학교까지 생겼다. 몇몇 대안학교들은 국제화된 교육을 내세우며 특목중·고교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러나 비싼 학비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철이(가명·42·경기도 용인시)씨는 초등 3학년 둘째 아들이 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 대안학교를 찾고 있다. “교사의 부조리나 촌지 같은 나쁜 기억은 평생 가잖아요.”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주씨는 “비인가 대안학교는 자격증이 없는 교사도 있다는데, 인성교육도 중요하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의 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배아영(가명·43·서울 은평구)씨는 남편이 현재 실직 중이라 막상 중학생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려니 금전적인 문제가 마음에 걸린다.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인가 학교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학부모 부담이 크다”고 들어서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인가 대안학교의 경우 응답자 500명 중 67.4%(337명)의 학부모가 입학 예탁금이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김기완(39·서울 강동구)씨는 “보낸 후에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작은 무리에 있다가 사회로 나왔을 때 겪을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확신이 안 섭니다.” 대안학교학부모연대 손경덕 사무국장은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낸 많은 학부모들이 입시·취업 등 진로 문제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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