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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뺨치는 미 주정부 빚

중앙일보 2010.06.30 00:07 경제 4면 지면보기
시장이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상태를 삐딱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주정부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치솟고 있는 것. 재정위기 때문에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의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과 똑같은 현상이 미국 주정부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실업급여로 막대한 재정 지출
연방정부서 46조원 빌려 … 부도 위험 급증

29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정보업체 마킷이 산출하는 주정부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 1.24%에서 이달 25일 2.49%로 두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미국 국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인 0.4%의 6배가 넘는다. 한국(1.26%)의 두 배이며, 다음 달에만 247억 유로(37조원)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스페인(2.66%)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킷은 주정부가 발행하는 5년 만기 채권의 CDS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주별 경제 규모 등에 따라 가중 평균해 전체 CDS 프리미엄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부들의 CDS 프리미엄이 오르는 이유는 재정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때문에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려고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도 막대한 돈을 풀었다. 경기가 살아나면 세금을 거둬 메우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아 적자가 지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업급여 지출도 확 늘었다. 미국의 50개 주가 실업급여 재원을 마련하려고 연방정부에서 빌린 돈이 5월 말 현재 378억 달러(46조원)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한 해 재정수입의 56%에 이를 정도가 됐다. 캘리포니아는 지난해 7월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3만5000여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가를 떠나도록 했다.



미국 주정부가 부도나면 그 여파는 남유럽 이상이다. 재정위기가 제일 심각한 캘리포니아의 총생산은 1조8000억 달러로 그리스(3300억 달러)의 5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정부가 주정부들의 부도를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은 “미국 연방정부가 달러를 찍어 주정부의 부도를 막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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